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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日 ‘세계유산 등재’ 정점 치닫는 양국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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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02 19:44:21 수정 : 2015-06-02 22: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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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숨가쁜 외교전… 표대결 까지 고려 막판 ‘힘겨루기’
조선인 강제노동(징용)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싼 한·일 외교전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일은 문제 시설의 등재 여부를 결정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6월28일∼7월8일·독일 본)를 앞두고 타협을 모색하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표 대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메이지(明治) 산업혁명유산’이라는 미명하에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23개 시설 중 군함 모습이어서 소위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탄광(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등 7곳은 조선인 5만7900명에 대한 강제노동이 자행된 곳이어서 등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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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선두 나서 치열한 외교전

한·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치적 부담에도 직접 외교전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만나 일본의 행보에 대해 “국가 간 불필요한 분열만 초래하는 것”이라고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도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WHC 위원국에 등재 당위성을 알리는 서신을 보내며 친서외교를 펼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외교 당국 간 외교전도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강제노동의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산업혁명 시설로만 미화시켜 등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관계국에 전달하고 있다. 외교부 최종문 유네스코협력대표, 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 김동기 문화외교국장 등이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를 비롯해 WHC 위원국을 방문하는 한편, 주한 WHC 위원국 대사에게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또 서울 주재 일본 매체 특파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우리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알리고 일본 내 여론을 환기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도 전면전 기세다. 일본 정부는 문제 시설에 대해 “서양의 기술이 일본문화와 융합해 급속히 산업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논리로 등재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이후 내각부(총리실), 외무성, 문부과학성 등이 정무관과 부상 6명을 10개국에 파견한 데 이어 17일에는 나카야마 야스히데(中山泰秀) 일본 외무성 부상이 WHC 부의장국인 자메이카로 향했다. 일본 정부가 관련 부처 정무직 차관급을 대거 투입해 특정 외교 사안에 ‘올인’한 전례를 찾기 쉽지 않다. 이번 사안을 중시하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한·일은 직접 담판을 통한 타협도 모색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22일 도쿄에서 최 대표와 신미 준(新美潤)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을 수석대표로 제1차 협의를 갖고 3시간 가까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양국은 이달 중 서울에서 제2차 협의를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악의 경우 표결…승부는 불투명


한·일 외교전의 결과는 불투명하다. 일단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회(ICOMOS)가 지난달 15일 일본 정부에 “2017년 12월까지 역사의 전모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해석 전략을 준비하라”는 권고안을 전달한 것은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보인다. 일본이 등재를 추진 중인 ‘빛(1850∼1910년 산업혁명)’은 물론 우리가 주장하는 ‘그림자(1940년대 집중된 조선인 강제노동)’도 포함해 세계인에게 알리라는 권고인 셈이기 때문이다. 주변 당사자인 북한과 중국도 등재 반대 입장이다. 다만 북·중은 키를 쥐고 있는 WHC 21개 위원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맞수 일본이 WHC가 속해 있는 유네스코에서 막대한 기여금을 바탕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최악의 경우 표결에 대비해 한 표를 행사할 WHC 위원국 중 확실한 우군(友軍) 확보가 긴요한 이유다.

1978년 세계유산 제도가 도입된 이래 등재된 세계유산 1007개 중 세계문화유산은 779개다. 우리나라도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장경판전, 종묘가 처음 등재된 뒤 모두 10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23곳 가운데 조선인 강제노동이 자행된 7곳 중 하나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하시마탄광(일명 군함도). 위키피디아 제공
그동안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WHC 위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로 결정됐다. 한·일 협의가 끝내 무산되면 사상 최초로 표 대결이 이뤄질 수 있다. WHC는 임기 4년의 21개 위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한·일은 모두 위원국이다. WHC 등재 표결은 기권국의 표는 계산하지 않고 표결 참가국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정되는 특이한 형식이다. 만약 21개 위원국 중 한·일 대결에 부담을 느낀 대부분 나라가 표결에 불참하고 한·일과 제3국 등 총 3개국이 표결에 참가하면 제3국의 표심대로 찬반이 결정되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일을 제외한 다른) WHC 19개 위원국 모두 한·일과 친밀한 나라”라며 “이들 모두 표결까지 가야 할 경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TV아사히가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파악한 판세(지난달 25일 현재)를 보도해 주목된다. TV아사히에 따르면 한·일을 제외한 WHC 19개 위원국 중 12개국(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폴란드 포르투갈 터키 세르비아 자메이카 세네갈 알제리 카타르 레바논)이 문서 또는 구두로 일본 지지를 표명했다. 의장국 독일을 포함해 나머지 7개국(독일 핀란드 필리핀 카자흐스탄 콜롬비아 페루 크로아티아)은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WHC 표결 시 7개국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찬성표가 3분의 2(15국)를 넘지 못해 문제 시설의 등재는 불발된다. 반면 7국이 기권하면 표결 참여 14국(12개국 + 한·일) 중 13개국(12개국 + 일본)의 찬성으로 등재가 결정돼 우리로서는 안심할 수 없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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