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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북한 해외노동자 노예 생활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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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7 10:00:00 수정 : 2015-06-17 10: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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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실태 분석해보니…하루 18시간 일하고 임금도 착취 당해
“중동에서는 보통 18시간 정도 일합니다. 새벽 4시에 (현장에) 나가 밤 12시에 (숙소로)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노예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북한 해외노동자 출신 탈북민 A) 대북(對北) 압박·제재 강화 방안과 관련,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대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 돈줄인 해외노동자 인권 문제를 적극 부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북한 해외노동자 인권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카타르 도하 시내 각국 대사관이 밀집한 지역의 한 공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통근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VOA 홈페이지
◆노예 상태의 북한 해외노동자


북한 해외노동자 출신 탈북민과 전문가 등에 따르면 북한 해외노동자는 대부분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분야에서 노예 노동을 하며 임금을 착취당하고 있다. 열사(熱砂)의 나라 쿠웨이트와 혹한(酷寒)의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탈북민 A는 16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해 “노예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몸서리쳤다. “직장별, 작업반별, 개인별 작업량이 정해져 있어 이를 채우지 못하면 다음날 부족한 노동량을 메워야 해 하루 18시간 일하는 것은 보통”이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노동자의 여건이 북한보다 어려워 해외에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사람이 상당수”라며 “나는 북에서 러시아로 30명이 함께 나왔는데 8명은 숨졌고 17명은 다치거나 사라져 지금도 일하고 있는 사람은 5명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1967년 러시아에 벌목공 파견을 시작으로 70년대에는 아프리카 지역, 91년부터는 중동 지역, 최근에는 동남아, 몽골,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지난 3월 출간한 ‘북한 해외노동자 현황과 인권실태’는 언론 보도와 관련 자료를 종합해 북한 해외 노동자의 숫자를 5만∼6만여명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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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종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지만 과거부터 북한 해외노동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B는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해 이르면 새벽 2시쯤 일이 끝났다“며 “근무환경이 열악해 다쳐도 치료받을 수 없어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서남아시아의 북한 식당에서 일한 C(여)는 “나름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매일 하루 12시간 정도 일했고 휴일은 한 달에 하루뿐이었다”고 했다. 노예노동의 대가로 얻은 임금 대부분은 착취당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와 그 이후의 북한인권’은 “(북한 해외노동자의) 급여는 북한정부가 책정하는데 90년대 월 120∼150달러로 책정한 이후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며 “외국 사업자가 북한 정부에 지불하는 인건비의 대부분을 정부 또는 부패한 관료가 착복하고 남은 액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렇게 적은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탈북민 A는 “외국 사업주가 지급하는 급여 중 실제 북한 노동자가 받는 금액은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카타르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건설하고 있는 30층 호텔
◆해외 노동자 임금=외화 벌이 핵심


북한전략센터·코리아정책연구원의 ‘북한의 해외인력송출 실태’ 보고서는 “경제위기 이후 북한은 외화벌이를 통해서 당·정·군의 핵심기관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송출된 북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의 대부분은 김정일 시대와 같이 김정은의 사금고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로 송금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95MY의 운항 모습.(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의 항구 시찰 장면. 김정은을 수행하는 군 장성 뒤에 초호화 요트가 보인다. NK뉴스 제공
한·미가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사태 때처럼 북한 최고지도부의 돈줄을 차단해 대북 압박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 해외노동자가 해외에서 취득한 임금의 합법적 송금을 제한할 구체적인 수단이나 정당성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는 그래서 직접적인 금융제재 대신에 북한 해외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적극 부각해 북한의 해외노동자 파견을 견제함으로써, 북한의 외화 벌이 규모를 제한하는 동시에 북한 노동자의 인권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인권 개선 + 돈줄 죄기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 공감대가 형성된 인권문제는 포괄적이고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핵문제, 한반도 평화문제와 연계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외화벌이 총액 중 인력 송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북한이 꽤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포로수용소 같은 곳에 억류된 북한 해외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하면서 관련국이 인권 침해에 대해 조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6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는 좋은 사례다. 미국 정부가 이 보고서를 통해 체코, 몽골,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가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고 밝히자 체코 내무부는 2007년 1월 북한노동자고용 계획을 폐지한 바 있다. 지난달 카타르에서는 유명 건설회사 CDC가 북한 대사관과 협의해 고용한 북한 노동자 90여명을 근로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해고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CDC는 북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하고, 공사 현장에서 보건·안전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카타르 당국과 마찰을 빚자 아예 북한 노동자를 해고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카타르 사례를 들며 “중동 국가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여 문제를 야기하기보다는 아예 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과 러시아에는 당장 충격이 없겠으나 전 세계의 관심을 환기해 중·러에 무언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노동자 출신으로 탈북민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D는 구체적으로 북한 해외노동자가 노동계약서상의 정확한 본인 임금이 얼마인지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노동자가 정확한 계약조건을 알게 되면 불만이 대단히 커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 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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