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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과학엔 국경 없어… 韓·日 학문교류 확대 힘 보탤 것"

입력 : 2015-06-17 20:58:31 수정 : 2015-06-17 2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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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국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장 “한국과 일본 정부의 관계가 최근 좋지 않은 탓인지 도쿄대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이 줄었다. 좋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지난 9일 도쿄 도내의 한 건물 응접실에서 만난 홍정국(68)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 회장에게 양국 관계가 과학계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돌아온 첫 마디였다. 그가 도쿄대에서 교수로 일하던 2008∼2013년 한국인 재학생은 650명 정도였고 그 가운데 60%가 이공계 전공자였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 학생수가 400명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일본 내 외국인 학생이 증가 추세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과학의 세계는 보편성이 있다. 국적, 나이, 성별을 따지지 않고 전 세계 어디서나 실력과 노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이런 보편성을 초월한 특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울 수 없는 과거사가 원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인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이 일본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 등에게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지만, 지금처럼 양국 관계가 나빠지면 그것이 어려워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만일 양국 관계 탓에 유학생이 줄어든 것이라면 나라에 큰 손해”라고 말했다.
홍정국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 회장이 지난 9일 도쿄에서 일본 내 한국인 과학자들의 활약상과 한국 과학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 분야의 수준을 비교하는 잣대 중 하나인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실적을 보면 일본은 19명, 한국은 아직 ‘제로’다. 홍 회장은 연구 문화를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능력이 있고 열심히 하는 것은 닮았지만 차분히 연구를 계속하는 일본 과학자와 달리 한국 과학자는 빠르고 짧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급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을 따라잡은 단계에서는 혁신을 해야 하는데 기초 과학 발전을 가로막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과학의 미래를 밝게 내다봤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 세계에 걸쳐 형성돼 있는 한국인 과학자 네트워크를 큰 강점으로 꼽았다. 각국의 앞선 연구 분야들을 결합한 공동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회장이 몸담고 있는 재일한국과학기술자협회의 경우 1983년 설립된 이후 대학교 3학년 이상 정회원이 3000명을 웃도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김유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주임연구원 등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홍 회장은 한국의 저력에도 기대를 나타냈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1975년 도호쿠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자마자 한국으로 건너가 농촌진흥청 연구원, 이화여대 강사 등으로 일하며 4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 이 짧은 기간 한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식량 자급과 수출주도형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는 “한국의 대혁명기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했다”며 “한국은 하면 된다.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지난 2월 한국어로 된 ‘일본의 노벨과학상-왜 일본은 노벨과학상에 강한가’를 쓴 홍 회장은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한국어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서 공부한 한국인 과학자의 역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이태규 서울대 문리대 초대 학장, 최형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초대 원장, 민관식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2대 회장 등 한국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 꽤 있다.

홍 회장은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도 양국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며 서로 발전을 꾀하면 좋겠다”며 “일본에 있는 한국 과학자들도 중간에서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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