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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첩첩산중 KF-X···갈수록 커지는 '기술·예산' 리스크

입력 : 2015-11-25 15:22:49 수정 : 2015-11-25 15: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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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상상도.


지난 9월부터 숱한 논란에 시달린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또 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추적장비(EO TGP), 전자파방해장비(RF JAMMER) 등 4개 핵심장비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을 추진했으나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8~20일까지 진행된 방사청-미 록히드마틴의 1차 협의에서도 양측은 21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 상당한 입장차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21개 기술의 완전한 이전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KF-X 예산 규모가 방사청이 요구한 1618억원에서 67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이같은 현상이 매년 반복될 경우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산업은행측이 투자금 회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계약조건을 변경하라고 요구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AESA 레이더 개발을 수행할 예정인 국방과학연구소(ADD) 역시 정홍용 소장이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합수단의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KF-X 관련 기관들이 모두 ‘악재’에 직면한 상황이다.

◆ 예산 삭감이 불러온 ‘나비 효과’

KF-X를 둘러싼 논란과 리스크의 증가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KF-X 개발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시작됐다.

당초 방사청은 1610억원의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 논의 과정에서 670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삭감됐다. KF-X 예산 삭감분은 내년도 국방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규모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컸다.

내년도 예산이 크게 줄어들자 방사청은 국회 국방위와 예결위 등을 상대로 증액을 거듭 요청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지난 17일 KF-X 공청회에서 “KF-X 사업의 내년도 예산이 정부 원안(670억원)대로 통과되면 개발이 2~3년 늦어질 수 있다”고 호소하며 증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위는 이날 KF-X 사업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의견을 종합해 예결위로 넘기는 과정에서 예산 증액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을 했어야 했다”고 힐난했다.

국방위는 예산 증액 대신 리스크 관리를 위해 국방위 산하에 소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두고 정기적으로 진행상황을 점검하기로 결정해 공은 예결위로 넘어갔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형전투기(KF-X)사업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것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제원 기자


항공기 개발의 경우 관련 비용의 60% 이상이 초기 단계에 투입된다. T-50 훈련기는 개발 초기 5년까지 총 개발비의 60% 이상이 소요됐고, 수리온 헬기도 개발 초기 4년까지 전체 개발예산의 70%가 투입됐다.

내년도 KF-X 개발비가 최초 요구액이 크게 미치지 못할 경우 사업 초기 개발인력 투입이 제한되고, 일정도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예산 증액은 방사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는 결국 개발업체인 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이 19일 이사회에서 “KF-X 개발사업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KAI측에 요구하는 사태로 번졌다.

산은은 KAI 주식의 26.7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KF-X 추진계획에 따르면 KAI와 록히드마틴은 전체 개발비 8조4000억원 중 20% 수준인 1조7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중에서 KAI가 부담할 개발비는 1조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산은은 KF-X 추진과정에서 투자금이 제때 회수되지 않으면 자산 규모 2조4000억원대인 KAI가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 방사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따라 다음달로 예정된 KF-X 체계개발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자녀 유학비 구설’ ADD 소장 사퇴설 ‘솔솔’

KF-X에서 AESA 레이더 개발을 맡을 ADD 역시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정홍용 소장이 방산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무기중개상으로부터 자녀 유학비를 지원받고, 법인카드를 사용한 문제 등으로 구설에 오르면서 군 안팎에서 ‘조기 사퇴설’이 번지고 있다.

방산비리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무기중개상 함모씨는 정 소장과 친분을 유지해왔다.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을 포함한 무기 도입 과정에서 금품로비 혐의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아왔다.

ADD가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품.


합수단은 정 소장이 함씨에게서 받은 아들 유학비 4000만원을 뇌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소장은 2012~201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위촉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KIDA 연구원의 동생 심모씨로부터 회사 법인카드를 받아 2780만원을 쓰고 현금 500만원을 별도로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소장은 “지난해 7월 아들이 유학비로 4000만원을 빌렸고 다음달 아들이 3000만원을 갚았으며, 11월에 이를 알고 나머지 1000만원을 내가 직접 갚았다. KIDA 시절의 금품은 민간인일 때라 뇌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해도 세간의 눈총을 무릅쓰고 ADD 소장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군 안팎의 시각이다. KF-X AESA 레이더 개발과 관련해 해외 선진업체와의 기술협력 등을 총괄해야 할 ADD 소장이 흔들릴 경우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와 군 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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