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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확성기 방송' 딜레마…"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입력 : 2016-01-09 15:51:16 수정 : 2016-01-09 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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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앞두고 위장망을 제거하는 장병들.

군 당국이 9일 최전방 지역 11곳에서 이틀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가운데 남북 양측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군은 최전방 일부 지역에서 경계와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일부 포병부대에서 장비와 병력을 증강했으나 도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작과 종료 시점을 따로 정하지 않고 24시간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인 방식으로 확성기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반발해 기습적인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대북 지렛대인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도 북한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 역시 ‘김정은 체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좌시할 수 없지만, ‘수소탄 실험’을 감행한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 길어지는 ‘北의 침묵’, 무엇을 의미하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자 북한은 이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경축 평양시 군민연환대회’ 축하 연설에서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성공을 배 아프게 여기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은 벌써부터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다, 전략핵 폭격 비행대를 끌어들인다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시험 영상을 공개하며 자신들이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하지만 전방 지역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인민군 장병들과 주민들이 듣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 방송’을 실시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을 뿐,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모습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체제 전복’의 잠재적 위협 수단으로 인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8월 지뢰도발 직후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포격도발로 대응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북한의 ‘침묵 모드’는 핵실험보다 더 강력한 군사적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포병부대를 시찰중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이미 핵무기를 사용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포격도발이나 지뢰도발과 같은 군사적 대응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전방지역에서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고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북한은 우리 군이 지난해 8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때 얻은 ‘학습효과’를 토대로 자체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단기간에 중단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내부적으로는 사상학습 등을 통해 인민군과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를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핵실험과 별개의 성격인 ‘한반도 긴장 격화’로 규정하며 선전전과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대북 확성기 방송, 언제까지 해야 하나”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언제까지 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통해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해 사과나 재발방지 등을 약속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북한이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가장 강력한 독자적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정부로서는 후속 대응이 마땅치 않다.

기본적으로 북한 핵문제는 한미일 3국 공조 체제를 기반으로 대응해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을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 등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시점을 정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는 장병들(자료사진)


안보리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과 금융 거래 중단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국을 안보리 제재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은 ‘양비론’을 펼치며 남북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이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국내의 회의론도 걸림돌이다. 시일이 지나도 북한의 가시적인 변화가 없으면 확성기 방송의 효과에 대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논란이 증폭될 경우 ‘남남갈등’으로 번져 정부의 북핵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때문에 정부로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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