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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란 좌절의 단어가 오히려 희망 뒤덮어"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문정희(69·사진) 시인이 쓴 ‘딸아, 연애를 해라’의 한 구절이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딸에게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라’고 권한다.

문 회장은 196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뒤 지금까지 작품활동을 이어오며 시를 통해 연애와 사랑에 대한 예찬을 펼쳐왔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쉼 없이 사랑을 노래한 시인에게 지금 청년세대는 어떻게 비쳐질까.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업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물가 등으로 2030 청년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로 불렸다. 여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세대’, 추가로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 급기야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N포세대’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서울 남산 문학의 집에서 만난 문 회장은 취업을 위해 모든 것을 억누르고 사느라 자신의 솔직한 욕망과 감정조차 알아차리기 힘들어졌다는 무감각 ‘N포세대’ 청년들에게 안타까움부터 나타냈다.

“3포·5포·7포, N포 이런 좌절의 단어가 오히려 콘크리트 뚜껑이 되어 청년들의 희망을 뒤덮고 있는 것 같아요. 콘크리트를 여미고 올라오는 작은 풀들은 왜 보지 못하죠. 개개인을 N포로 규정짓는 획일적 이름표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투시하고 깊이 고민할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요.”

그는 청년세대를 쉽게 규정짓는 ‘N포세대’라는 단어 자체의 문제점부터 언급했다. N포세대라는 단어 자체가 역으로 불행한 현실을 끊임없이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단어가 생각을 만들어내는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살벌하고 거친 분노의 말, 좌절의 말, 속물의 말들만이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N포세대라는 단어 속에 청년들이 특정시기에는 반드시 무엇을 규정된 방식으로 완수해야 했는데 못했다는 질책과 함께 연애와 결혼이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녹아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우선 자신의 현실을 강압적이고 일방적으로 규정짓는 N포세대라는 ‘좌절과 절망의 언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3포 대신 3possible(가능성) 이런 말은 어때요? 아니면 3fortune(행운) 이런 것은 어떨까요? 다른 생각이 펼쳐질 수 있도록. 전 사실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 자체가 부러워요.”

문 회장은 청년들이 일상에서 바로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단어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를 읽으며 사유를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이 다양한 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하고 매혹당하며 스스로의 감정과 욕망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알아야 사랑도 더 잘할 수 있죠.”

김선영·김라윤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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