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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북 전략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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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1 20:45:32 수정 : 2016-02-11 20: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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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중단 이후 시련 예고
일관성 있는 정책 유지하고 ‘북한과 담판’ 창의적 접근 필요
더이상 미국만 쳐다볼 수 없어… 우리 문제 스스로 해결 나서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어진 무모한 행동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가 시작됐다. 에둘러 단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직접적이면서도 단호하게 칼을 빼들었다. 2005년부터 계속된 남북한 개성공단 합작사업의 가동을 전면 중단키로 한 것이다. 이 조치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강경한 의지이다.

남북한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불가피성은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이해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북한에 대해 우리 스스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를 다그치는 논리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함이고, 유엔에서 진행될 다자 제재에 한 발 앞서 우리의 의지를 적극 표방함으로써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을 다독거려 평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던 우리의 인내심이 북한에 더 이상 화수분처럼 비칠 수 없다는 종합적 판단을 의미한다. 이 조치로 북한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거나, 대중국 의존도만 더욱 높일 것이라는 등의 예상이 있겠으나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향후 북한 내부에 어떤 파장이 일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우리 정부는 아니 우리 사회는 이제 어떤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가. 우리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본격 시작으로 해 국제사회가 공조를 이룬 다양한 양자 및 다자 제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북한 지도부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곤경을 안겨주고, 이것이 북한 주민의 심리적 동요와 불안으로 이어져 마침내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와 개방을 수용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가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 우리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를 우리 정부가 그린 로드맵 위에서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전략적 고민과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핵심적으로 두 가지 원칙이 절실해 보인다. 먼저 일관성이다. 방향성을 정하기 전에는 좌고우면할 수 있지만 일단 목표와 방향이 정해졌으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북한처럼 특유의 폐쇄성으로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일관된 정책 기조의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 국민 여론도 잘 수렴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통일외교도 적극 전개해 일관성 유지를 위한 토대가 더욱 든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접근이다. 북한을 향해서는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국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남북한이 직접 비핵화를 위해 터놓고 대화하자는 담백한 제안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 중국에 성큼 다가갔던 닉슨 대통령의 창의적 접근을 가능케 했던 핵심 자산은 닉슨 대통령이 뭐라 하든 이념적으로 시비를 걸 수 없었던 그의 보수적 정체성이었다. 창의적인 에너지와 무한한 소프트 파워는 북한이 죽었다 깨어나도 갖지 못할 우리만의 비대칭 무기라는 점을 명심하자.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당분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우리 정부가 취하는 일련의 조치가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중·일 3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글로벌 GDP의 25% 수준이고, 3국 간 거래가 한·중·일 전체 교역량의 3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얽히고설킨 21세기형 외교현실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대결구도가 무 자르듯 생겨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참고할 필요는 있는 지적이지만 북한 문제로 인한 동북아 안보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반영한 해석은 아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예상되는 많은 난관을 직시하면서 북한 문제는 이제 우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절대 상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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