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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온난화인데 지난겨울 왜 추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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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09 21:37:40 수정 : 2016-03-09 21: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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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달이 있으면 응달이 있듯
바다 영향으로 추운 곳 있어
극지 얼음 녹으면 염분 저하
해류순환 펌프 기능 떨어져
적도 열 전달 안 돼 추워지는 것
봄의 길목이다. 봄을 맞으며 지난겨울은 과연 따뜻했을까 아니면 추웠을까를 생각해 본다. 작년 12월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던 날씨 탓에 겨울 상품을 파는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이번 겨울은 이렇게 지나가나 보다 했다. 그러나 동장군의 심술로 대한을 앞둔 1월 중순 한반도는 꽁꽁 얼어붙었다. 수은주는 거의 영하 20도까지 달음박질쳐 내려갔다.

추위는 물론 눈도 많이 내렸다. 많게는 164㎝까지 쌓인 한라산은 겨울왕국이 돼버렸다. 항공기 운항은 사흘간 묶여버렸고, 제주공항은 아수라장이 됐다. 울릉도에도 일주일 동안 눈이 내려 어린이가 파묻힐 만큼 쌓였다. 지구 반대편 북미 대륙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동부 워싱턴DC와 뉴욕 등 대도시에 눈폭풍이 몰아쳐 많게는 107㎝나 쌓였다. 극지방의 블리자드를 연상시키는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주민들은 스노질라(snowzilla) 공포에 떨었다. 스노질라는 영화에 나왔던 괴물 고질라와 눈을 합성해서 만든 신조어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만들어졌을까. 눈과 아마겟돈을 합성한 스노마겟돈이란 말도 들린다. 아마겟돈은 지구의 종말을 의미하며,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지구온난화가 일어난다는데 따뜻해야지 왜 추웠던 거야’라는 질문이 응당 나올 법하다. 지구온난화와 한파는 뭔가 엇박자인 듯하지만, 지리적 위치에 따라 온난화 때문에 추워지는 곳도 생긴다. 10여 년 전에 개봉되었던 영화 ‘투모로우’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눈과 얼음으로 파묻혀 있던 포스터를 떠올린다면 ‘아하, 그 영화’라고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상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 영국은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다. 영국은 겨울에 빙등축제로 유명한 중국의 하얼빈보다도 위도가 훨씬 높아,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겨울이 따뜻한 것은 흔히 걸프스트림이라고도 부르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멕시코만류 덕분이다. 이 해류가 적도 인근 멕시코만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을 따라 북동쪽으로 올라가다 대서양을 가로질러 북유럽으로 흐르면서 열을 운반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피가 돌기 위해서는 심장이 펌프질을 해야 한다. 해류도 피돌기와 마찬가지이다. 세계 대양을 흐르는 해류는 북극해에서 바닥으로 가라앉는 밀도가 높은 바닷물에서 원동력을 얻는다. 북극해 바닷물은 수온이 낮고 염분이 높기 때문에 무거워 가라앉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바닷물의 염분이 낮아져 바닥으로 잘 가라앉지 못한다. 펌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된다. 적도 지방에서 많은 열을 고위도로 전달해주던 해류가 멈추면 추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 한파는 지구온난화로 지구 자전방향으로 움직이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덩어리가 방어막을 뚫고 남쪽으로 밀고 내려온 때문이다. 신문지상에는 과학자들이나 알 만한 ‘폴라 볼텍스’라는 낯선 용어가 등장했다. 폴라 볼텍스는 극지방 상공에 존재하는 찬 소용돌이로, 제트기류가 약한 틈을 타 남쪽으로 세력을 뻗어 세상을 겨울왕국으로 만들었다.

바다는 지구 기후를 조절한다. 최근 우리나라 서해안에 눈이 많이 온 것도 황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증발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현상도 기상 이변에 한몫한다. 우리 생활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바다는 이처럼 우리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도 바다의 영향으로 지구 어딘가는 추워질 수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한국해양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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