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리뷰] SW R&D 성과,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이슈 사이언스 리뷰

입력 : 2016-03-23 20:52:19 수정 : 2016-03-23 21:38: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책입안자·경영자·관리자들
단기성과에 매달리면 안 돼
교육과정·에코시스템 갖추고
충분히 시간 주고 기다려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끝나고 후폭풍이 거세다.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능정보 분야에 향후 5년간 1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포스트 스마트폰시대를 견인할 신동력을 찾아헤맨 지 2년여다. 이 난세에 이세돌은 1200개 중앙처리장치(CPU)로 무장한 기계와의 대결에 몸을 던지면서 대한민국 정보기술(IT) 방향을 단번에 정리했다. 바로 AI다. 쎈돌 이세돌은 IT 분야의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다르크다. 칠흑 어둠이 순식간 개명천지가 됐다. 늦었지만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우리나라를 뒤흔든 AI 기술은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의 미래전략 중 지극히 일부분이다. 구글은 풍력·태양광 등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이제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 총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13년 12월에는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등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는 나귀같이 생긴 로봇 ‘빅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업이다. 한 달 후인 2014년 1월에는 홈 오토메이션 회사 ‘네스트랩’을 3조4000억원에 인수한다.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그리고 같은 달 구글은 베일에 싸인 회사 하나를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대략 6000억원이었다. 50명 규모의 회사 가격치고는 꽤 비쌌다. 창업자 단 세 명 영입을 위해 6000억원을 베팅했다는 사실은 더 놀랍다. 이 회사가 구글기업 가치를 58조원 상승시킨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다. 구글은 수명 연장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자회사 ‘칼리코’를 통해 암과 알츠하이머와의 전쟁을 위해 1800억원 규모의 연구소 설립투자안을 발표했다. 노화방지, 청정에너지, 자율주행자동차 등 ‘보다 나은 삶’이라는 거시적인 비전하에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능정보기술(AI 개발 SW로 대표되는 ‘지능’에 빅데이터 등 ‘정보’를 결합한 것) 1조원 투자가 발표된 이즈음 진짜 중요한 숙제가 남았다. 투자 효율의 극대화이다. 우선 선행돼야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에 적합한 제도, 프로세스 개선, 그리고 교육에의 투자다. 이제까지 SW R&D는 단기성과에 급급해 왔다. 이는 1960년대식 제조업 패러다임이다. 로드맵 설정, 중간보고, 연말보고, 예산 적정집행 확인 등 계속 확인하고, 들여다보고, 들추고, 뒤집는다. 초미세관리와 경직된 제도하에서 정부의 야심찬 지능정보분야에의 투자가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스럽다. 50년 이상의 관(官) 주도 산업화, 그 성공의 끝자락에는 불행히도 비대한 규정과 기존기업의 기득권 카르텔만 남았다. 6000억원짜리 딥마인드를 탄생시킬 수 있는 창조기업 육성 에코시스템은 어디에도 없다.

초일류기업의 R&D 투자 및 인수합병(M&A) 규모는 우습게 수천억원 단위를 넘나든다. 투자규모면에서 우리네 R&D가 객관적 화력에서 크게 열세다. 다행히도 SW분야의 R&D는 투자규모의 전쟁이 아니다. 승산이 있다. SW분야는 천재 1명이 1000명을 당해낼 수 있다. ‘모나리자’도, ‘전쟁과 평화’도 모두 한 명의 작품이다. 음악·미술·문학은 창조라는 측면에서 SW와 본질적으로 특성을 같이한다. 제대로 된 SW 교육과정과 R&D 프로세스, 창업 에코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수백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투자는 그다음이다.

SW교육 돌풍이 불고 있다. 초중고에서 SW가 정규교과목으로 편성되고, SW교육에 특성화된 대학 커리큘럼이 생겨나고 있다. 수년 후 SW 유전자로 프로그래밍된 특전사급 인력이 사회로 배출될 것이다. 유능한 인력을 조직의 생산성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정책입안자, 경영자, 관리자의 몫이다. 두세 번씩 확인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좌불안석 뒤집는 것은 그만하자. SW R&D 성과를 위해서라면 이제 충분히 시간을 주고, 믿고 맡기고, 기다려 보자.

원유집 한양대 교수·컴퓨터공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