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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막말 북한, 국격도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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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24 22:23:01 수정 : 2016-03-24 22: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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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담을 수 없는 악담
국가기관 경쟁하듯 쏟아내
선거로 뽑은 대통령 비방은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
우리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막말이 도를 넘었다. 넘어도 한참 넘었다. 북한이 쏟아내고 있는 막말은 오만하고 무례할 뿐만 아니라 거의 저주를 퍼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런 저주성 막말이 거의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말하는 내용과 태도를 통해 그 사람의 품위를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논리는 국격(國格)에도 적용된다.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의 말이나 기관지에 발표되는 용어가 곧 그 나라의 품위를 나타낸다. 사실 북한의 국격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 북한이 쏟아내고 있는 막말이 추하고 역겹기 때문이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막말을 토해 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더 빈번하게 막말을 쏟아냈고, 그 강도도 더 세졌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잠시 주춤했던 막말이 올해 개성공단 완전중단 발표 이후 재개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국방위원회(국방위) 등 공식기관과 선전매체를 동원해 ‘악성종양’ ‘저능×’ ‘미친 ××’ 등 악의적인 막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노동신문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 박 대통령을 ‘역적패당’ ‘특등 매국노’ ‘미국산 앵무새’ 등의 막말로 도배했다. 지난주에는 북한 통일전선부(통전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이 박 대통령을 향해 저열한 인신 비방을 퍼붓는 백서(白書)까지 발표했다. ‘천하의 악녀’ ‘온 국민을 다 잡아먹을 마귀×’ ‘괴물’ ‘민족의 특등 재앙거리’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쏟아냈다. 이제 북한의 막말은 거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수준으로 변해가고 있다. ‘죄 많은 생 하직’ ‘비명횡사’ ‘산송장이 갈 곳은 지옥뿐’ 등 노골적인 신변 위협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의 막말 대상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지도자와 유엔 최고위급 인사에 대해서도 막말을 해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몰골’ ‘구역질’ ‘잰내비 상통(원숭이 얼굴)’이라고 했다. 북한 국방위의 정책국 대변인은 존 케리 국무장관을 ‘흉물스러운 주걱턱’ ‘움푹꺼진 눈확(눈구멍)’ ‘승냥이 상통’이라고 했다. 심지어 조평통 산하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는 제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좌판 장사나 해먹을 시정배’라고 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이것은 어린애들도 아는 우리 민족의 속담이다. 조금 어른스러운 속담도 있다.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 이 말은 ‘말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으므로 늘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속담을 되새기면서 말조심을 했다. 그런데 북한은 같은 민족이면서도 이런 속담조차 모르는 것 같다.

우리가 김정은에 대해 점잖은 충고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북한의 당·정·군 기관들은 경기(驚氣)를 일으킨다. 최고존엄에 대한 훼손이니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거의 난리 수준으로 대응한다. 자신의 지도자에 대한 외부의 충고에는 분기탱천하면서 우리 대통령과 세계 지도자에 대해서는 막말을 쏟아낸다. 이중성도 이런 이중성이 없다. 자기네 지도자가 존엄하면 상대방의 지도자도 존엄한 것이다. 사실 최고존엄의 정통성만 따지면 남북한의 지도자는 급과 격이 다르다.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김정은은 세습군주인 데 반해 우리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뽑은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대통령에 대한 오만하고 무례한 막말을 삼가라.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곧 대통령을 뽑은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남북 관계에서 드러내는 북측의 ‘망발’은 북한 스스로에게도 이롭지 않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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