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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베이비박스' 전세계 양육 지원 모델로 각광

입력 : 2016-04-04 17:03:15 수정 : 2016-04-04 17: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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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출산 전부터 아기 건강과 부모 교육에 적극 개입하는 핀란드식 양육 지원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핀란드의 출산·보육 지원 정책 기조는 한마디로 ‘베이비 박스’로 요약된다. 핀란드 정부는 소득·출신국과 상관없이 출산을 앞둔 모든 예비 엄마에게 아기담요와 외출복, 목욕용품, 기저귀 등이 담긴 베이비박스를 제공한다. 박스 밑엔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 아기 침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핀란드 임신부들은 무료이지만 의무적으로 건강검진 및 자식 양육에 관한 기초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영아사망률 낮추기 위해 도입
핀란드 ‘베이비 박스’는 1938년 도입됐다. 오랜 내전의 여파로 영아 사망률이 1000명 당 65명 수준까지 치솟자 핀란드는 우선 홈리스·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같은 출산·보육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옛소련과 전쟁을 치른 뒤인 1949년에는 베이비박스 지원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국가가 모든 아기·임산부 건강과 부모의 기초 양육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양육 지원 정책으로 2015년 현재 핀란드 영아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 1000명 당 2명으로 줄었다.


베이비박스는 핀란드 정부가 2013년 7월 첫째 출산을 앞둔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에게 선물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핀란드에선 베이비박스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민간업체가 등장했고 미국과 영국, 인도 등에서도 베이비박스 캠페인을 펼치는 단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박스 안에 들어가는 신생아 용품이 나라마다 다르듯이 베이비 박스 보급 목적이나 지향점도 지역 특성이나 복지정책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고 영국 BBC방송은 4일(현지시간) 전했다.


◆지역·문화마다 다른 아기용품
각각 신생아 1000명 중 38명, 34명이 숨지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아무래도 갓난아기가 무사히 자라는 게 최우선 관심사다. 인도 ‘바라카트(힌두어로 축복) 꾸러미’는 아기가 일반 가정집에서 태어날 때도 감염되지 않도록 위생 출산 도구와 함께 말라리아 매개체인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하는 망이 포함돼 있다. 남아공 ‘Thula Baba(잘 자라, 내 아가) 박스’는 침대 대신 욕조로 쓸 수 있도록 플라스틱으로 돼 있고, 임신 초반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영아사망률을 낮추는 데 관심이 있는 나라는 개발도상국만이 아니다. 영국 런던 퀸샬롯·첼시 병원은 이달 초 ‘아기와 부모 한 방에서 자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아기를 부모 침실에서 재워 정서적 유대감은 높이되 베이비박스에 눕혀 질식사할 가능성은 줄이자는 내용이다. 영아사망률이 0.7%로 미국 평균(0.6%)보다 높은 미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도 올해 말 신생아 질식사 예방 등을 위해 베이비박스 3만6000개를 보급할 예정이다. 


◆진정한 부모되기 교육 측면도
캐나다 앨버타주와 호주 빅토리아주는 베이비박스 캠페인 방향을 영아사망률 낮추기보다는 처음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소양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캐런 벤지스 캐나다 캘거리대학 교수는 “이 지역 아빠들은 대부분 유전업체 근로자들로, 몇주씩 집을 비울 때가 많다”며 “우리의 목표는 예비 아빠가 임신 32주차부터 출산 6개월 뒤까지 전화가 됐든, 직접 면담이든간에 20차례 정도 지정된 멘토와 상담을 가져 임신부터 양육까지 아내와 함께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캐나다 지역의 베이비박스에는 아빠들을 위해 갓난아기 육아법을 자동차 수리에 비유한 매뉴얼이 적혀 있다. 아기가 젖을 먹은 뒤 트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모유는 자동차에 있어 연료나 다름없다’거나 “가끔 트림하고 난 뒤 얼마나 속이 개운한지 잘 알죠?”라고 되묻는 식이다. 이 매뉴얼에는 아기가 계속 칭얼댈 때 기저귀를 살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새 차를 오래도록 깨끗하게 몰기 위해서는 자주 보닛(후드)을 열어 살피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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