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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총선에서 확인된 지방의회 정당공천제 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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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1 10:26:51 수정 : 2016-04-11 1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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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인 요즘, 지방의원들과 지방의회 진출을 준비하는 정치지망생들의 하루가 짧다.

천안시의원 A씨는 요즘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같은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당 소속인 A씨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고 생업을 제쳐놓고 하루 온종일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난 A씨는 소속 당 유니폼을 챙겨 입고 6시에 집을 나선다. 집에서 멀지 않은 후보자 사무실로 가는 동안 학교 운동장, 유치원버스 정차장을 들러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들, 어린이들을 배웅하는 엄마들을 만나 당협위원장의 지지를 호소한다.

후보자사무실에서 캠프 참모진으로부터 아침인사 장소를 배정받으면 A씨는 곧바로 큰길 네거리 등 현장으로 투입된다.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나가는 시민들과 출근차량을 향해 후보자 로고송을 틀어놓고 손을 흔들며 1시간이 넘도록 인사를 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흠뻑 벤다. 아침인사 후 오전 9시30분쯤 집으로 잠깐 복귀한 A씨는 아침식사를 대충 때우고 다시 선거캠프로 출근한다. 점심시간과 오후에 만나야 할 단체나 유권자들 리스트를 정리하고 이를 캠프 참모진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다. 중앙당의 지역구 거리 지원유세가 있는 날에는 현장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며칠전부터 당원과 지인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발을 굴러야한다. 사람 동원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퇴근시간때에도 거리인사를 하고 캠프에서 저녁회의를 한 뒤 밤 늦도록 이모임 저모임을 찾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몸은 파김치다.

A씨의 모습은 전국의 모든 지방의원들의 국회의원 선거철 풍속도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당협위원장으로부터 점수를 따야하는데 얼마만큼 선거를 돕고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공천심사의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비 현역 정치지망생들간, 현역과 비현역간 충성경쟁도 치열하다. 당협위원장에게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캠프로 이사람 저사람을 불러모으다보니 ‘내편 네편’ 갈등까지 생긴다.

지방선거에서 인구규모에 따라 2명 이상 복수의 기초의원을 뽑는 현재의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도는 ‘가’번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해지는 구조다. 광역과 기초의원들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비서, 선거 운동원 노릇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이 구도를 이용해 이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공을 세운 사람에게 공천을 주겠다며 권력을 행사하고 주구를 만들어 선거를 치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방의회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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