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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정치 변화의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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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2 22:24:01 수정 : 2016-04-12 22: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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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세대분열 정치 이젠 깨져
성숙한 유권자의 선택 주목해야
총선의 아침이다. 2016 총선은 내년 대선과 내후년 지방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의 한국정치 지형과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선거라는 것이다. 이에 1987년 ‘절차로서의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한국의 선거정치과정을 지배해 온 여러 변수의 변화와 지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년의 민주화 1기를 마무리하고 민주화 2기의 한국정치 기초가 이번 총선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016 총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총선이 한국 선거정치과정의 균열구조가 변화하는 계기라는 것이다.

이때 우리 정치지형과 구도의 변화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그것은 지역과 세대다. 그동안 지역은 한국정치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였다. 지역에 따라 정치적 지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지역주의 정당체계가 우리나라였다. 그래서 한반도 동쪽과 서쪽의 정치적 태도와 행동은 언제나 반대였다. 물론 여기에는 선거제도의 영향도 있었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여서 특정정당의 특정지역에 대한 정치적 독점이 가능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얻은 표에 비해 당선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 과다대표와 과소대표가 불가피했다. 결국 한국의 모든 정치적 경쟁은 기본적으로 지역을 기준으로 상당부분이 이미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그런데 이번 총선과정은 지역주의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진행됐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현실화될 수도 있음을 알려왔다. 한쪽에서는 무소속과 야당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보수이지만 성격이 다른 보수로의 분화 가능성도 보인다. 물론 어떤 인물이 어떤 내용으로 그것을 채워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른 한쪽에서도 지역과 세력 대표성을 놓고 치열한 정치적 경쟁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누가 더 경쟁력 있고 주민의 정치적 요구에 민감한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언제인가 해야 할 전략적 선택을 내년 대선까지 미뤄 놓은 셈이다. 조금 성급하게 말하면 지역주의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일부 희석되거나 완화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여 왔던 ‘무조건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세대 또한 한국정치 지형과 구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였다. 세대별로 정치적 참여와 지지가 양극화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이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이다. 이번 선거를 보면 60대 이상의 비중이 세대별로 가장 많고 50대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 따라서 ‘세대의 정치학’은 지역주의와 함께 한국정치에 고착될 것으로 예상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과정은 세대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환경에서 자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도 그중 하나다. 어쨌든 이번 총선과정을 통해 세대별 정치참여의 차이는 조금이라도 줄어들 가능성이 보였고, 세대별 정치적 지지의 차이 또한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지역과 세대의 변화 가능성은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말한다.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세대에 속하든 지금까지 보여줬던 정치적 선택과 판단이 더 이상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의 방향은 무엇일까. 그것은 잘하지 않으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지지철회와 변경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늘 유권자의 선택이 주목되는 이유다.

총선 결과는 우리 각자의 정치적 선택의 총합(總合)이다. 오늘 우리의 선택은 향후 한국정치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때 우리의 선택은 선과 악 사이의 선택이 아니다. 무엇이 지금 우리 정치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의 선택이다. 오늘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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