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윤창현칼럼] 미·일·중 ‘환율 삼국지’

관련이슈 윤창현 칼럼

입력 : 2016-04-24 20:25:00 수정 : 2016-04-24 20:25: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본, 사실상 근린궁핍화 정책
미국, 옹호 탈피 일에 경고 던져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견제 강화
한국도 원화 절상 치명적일 수도
정부 다양한 대비책 서둘러야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팽창적 통화정책이 가진 의미는 복합적이다. 팽창적 통화정책은 일본판 양적완화 정책이다. 제로금리에도 화폐를 계속 발행함으로써 경기 부양을 도모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팽창적 통화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본은행은 주로 일본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면서 돈을 풀고 있다.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가 일본은행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현재까지 국채 전체의 약 20%가 중앙은행으로 유입됐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정부부문의 일부이자 정부 은행인 중앙은행이 국채를 상당 부분 보유하는 경우 국채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기 가능성은 그만큼 감소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팽창적 통화정책은 사실상의 환율정책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경우 자국 통화 가치가 감소하면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로 일본중앙은행이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엔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엔 절하가 유도됐다.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한 국가가 자국통화를 절하시켜서 자국 수출을 늘리려 들면 이는 경쟁적 평가절하로 이어지면서 공멸에 가까운 상황이 유도된다는 것이 ‘근린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의 핵심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근린궁핍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은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은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당 240엔이던 엔·달러 환율을 3년여 만에 120엔대까지 끌어내린 일이 있다. 일본의 수출이 줄고 경기가 둔화되자 일본 당국은 통화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했고, 부동산과 주식의 자산버블이 형성되고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달러당 1000원인 환율이 500원이 된 셈이니 그 충격은 엄청났던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양적완화를 통한 엔 절하를 눈감은 것은 플라자 합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움직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하고 일본 정책당국이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이에 대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좌지우지하면서 조절하고 있는 상황을 그냥 둘 수가 없다면 일본만을 예외적으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은 시장 환율로 본격 전환되지도 않은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된 것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환율 문제를 중국 견제용 카드로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와중에서 일본에 대한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확대하는 등 아베노믹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지만 엔 절상에 대해서 과거와 같이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는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까지 환율 문제에 대해 경고를 보내는 상황에서 우리라고 예외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이른바 ‘환율의 슈퍼301조’로 불리는 베넷·해치·카퍼(BHC) 법을 통해 환율조작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명문화한 바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시키면서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원화 절상이 치명적일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본격적인 개입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달러 퍼내기 정책 등 원화 절상 국면에한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예상 밖으로 부진하고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환율 문제로 속을 썩이지 않도록 미리 대비를 서두를 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