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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미란 언니처럼 후배에 귀감되는 선수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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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3 19:58:51 수정 : 2016-05-13 19: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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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도전하는 ‘여자 역도 간판’ 손영희 “미란 언니처럼 후배의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에게 거는 기대만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장미란은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무제한급(75㎏ 이상) 경기서 용상 3차시기에 170㎏을 들어 올리다 실패한 뒤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것보다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이 미안해서였다. 여자 역도 간판 손영희(24·부산역도연맹)가 이제 선배가 느끼던 책임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졌다. 지난 10일 태릉선수촌에서 손영희를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리우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는 역도 국가대표 손영희가 지난 10일 태릉선수촌 역도장에서 연습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장미란은 2015년 11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무제한급에 출전한 손영희를 응원하기 위해 미국 휴스턴으로 찾아갈 정도로 손영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란 언니’가 보는 앞에서 손영희는 인상 118㎏, 용상 155㎏, 합계 273㎏으로 7위를 차지했다. 1위인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의 인상 148㎏, 용상 185㎏, 합계 333㎏엔 크게 못 미쳤지만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녀 선수 15명 중에선 최고 성적을 거뒀다. 윤석천 역도대표팀 감독은 “큰 경기에서 떨지 않고 악착같이 하려고 하는 성격이 손영희의 강점”이라며 “ 올림픽은 당일 컨디션 등 변수가 많다.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하면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손영희는 명실상부한 여자 역도부 국내 최강자다. 지난 4월 리우 올림픽 선발전인 전국 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자 무제한급에서 라이벌 이희솔(27·울산광역시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손영희의 대회 성적은 인상 119㎏, 용상 166㎏을 들어 올려 합계 285㎏다.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자신의 기록을 12㎏나 올릴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다. 그는 용상에 강해 매년 8㎏씩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손영희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부산 해림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바벨을 잡았다. 아버지의 동네 후배가 덕포여중 역도부 코치인 덕분에 체육관에서 운동기구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재미삼아 시작한 운동에 욕심이 붙으면서 5학년 때부터 지하철로 40분 거리인 역도장에 매일같이 찾아가 연습에 매진했다. 덕포여중에 진학해서는 2년 연속 전국소년체육대회 역도 여중부 3관왕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일찌감치 ‘제2의 장미란’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여자 역도계의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그에게는 남모를 아픔이 있다. 부산에너지과학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춘계역도선수권대회서 인상 3차시기에 100㎏를 들어 올리다 어깨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엔 아픈 것도 모르고 경기를 완주한 뒤 어깨 막을 감싸는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부상 후유증으로 바벨을 들어올릴 때마다 어깨의 통증이 찾아온다. 그는 “어깨를 아끼기 위해 연습 때 무리하지 않다 보니 연습 기록이 저조해 속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계속 바벨을 들다 보면 어깨 통증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실전에선 아픔을 잊고 경기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리우 올림픽을 앞둔 손영희의 과제는 체중 증량이다. 그의 신체 조건은 신장 171㎝에 몸무게 109㎏. 신장 170㎝인 장미란의 전성기 시절 몸무게는 115㎏로 손영희와 다소 차이가 난다. 체중과 역도 기록은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윤 감독은 손영희의 체중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가기 때문에 올림픽에 대비해 체중 증량을 주문하고 있다.

손영희도 체중 증량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20대의 나이에 여자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걸려 망설일 때가 많다. 중학교 때까지 75㎏급에서 활동했던 그는 고교시절 당시 박상욱(현 부산역도연맹 감독) 역도부 코치가 무제한급으로 체급을 올릴 것을 권유하자 역도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한창 사춘기 소녀에겐 가혹한 제안이었지만 손영희는 한 번 시작한 운동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박상욱 감독님은 길게 보고 얘기한 것인데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지금은 체급을 올린 것이 잘한 선택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으며 대표팀을 이탈하면서 한국 역도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메달 전망은 매우 어둡다. 손영희도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다소 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영희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세계무대를 정면 돌파하고자 한다. 나쁜 상황에 위축되기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훈련에 임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손영희는 “올림픽 본선에서도 즐겁게 경기를 하겠다. 메달에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록은 따라 온다고 생각한다”며 “ 바벨을 들 때마다 항상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는데 긍정의 기운으로 꼭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오겠다”며 활짝 웃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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