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은 2012 런던올림픽 여자 역도 무제한급(75㎏ 이상) 경기서 용상 3차시기에 170㎏을 들어 올리다 실패한 뒤 아쉬움에 눈물을 훔쳤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지 못한 것보다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이 미안해서였다. 여자 역도 간판 손영희(24·부산역도연맹)가 이제 선배가 느끼던 책임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졌다. 지난 10일 태릉선수촌에서 손영희를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리우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는 역도 국가대표 손영희가 지난 10일 태릉선수촌 역도장에서 연습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손영희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부산 해림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바벨을 잡았다. 아버지의 동네 후배가 덕포여중 역도부 코치인 덕분에 체육관에서 운동기구를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재미삼아 시작한 운동에 욕심이 붙으면서 5학년 때부터 지하철로 40분 거리인 역도장에 매일같이 찾아가 연습에 매진했다. 덕포여중에 진학해서는 2년 연속 전국소년체육대회 역도 여중부 3관왕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둔 손영희의 과제는 체중 증량이다. 그의 신체 조건은 신장 171㎝에 몸무게 109㎏. 신장 170㎝인 장미란의 전성기 시절 몸무게는 115㎏로 손영희와 다소 차이가 난다. 체중과 역도 기록은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윤 감독은 손영희의 체중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가기 때문에 올림픽에 대비해 체중 증량을 주문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폭행 혐의로 물의를 빚으며 대표팀을 이탈하면서 한국 역도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메달 전망은 매우 어둡다. 손영희도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다소 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영희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세계무대를 정면 돌파하고자 한다. 나쁜 상황에 위축되기보다는 긍정적인 태도로 훈련에 임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손영희는 “올림픽 본선에서도 즐겁게 경기를 하겠다. 메달에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록은 따라 온다고 생각한다”며 “ 바벨을 들 때마다 항상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는데 긍정의 기운으로 꼭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오겠다”며 활짝 웃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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