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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분담금 증액 없인 미군주둔 없다" 위협 받는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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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7 19:11:05 수정 : 2016-05-17 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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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장 현실화 가능성 있나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데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뛰어넘을 기세다. 불가능해 보였던 트럼프의 대권 도전이 가시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막말’로 불리는 그의 주장에는 한·미동맹의 재편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와 위협받는 한·미동맹

지난 4월27일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가진 외교정책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하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동맹국들은 스스로 방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28일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는 “한국이 경제력에 상응하는 방위비 분담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을 한국 정부가 증액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30여년 전인 1989년 7월 미 상원 본회의에 제출된 ‘넌-워너 수정안’(Nunn-Warner Act)과 닮아 있다. 당시 이 법안은 “미국은 동아시아 및 한국 주둔 군사력의 위치, 전력구조, 임무를 재평가하고 한국도 안보를 위해 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미 행정부에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수립해 보고하도록 했다. 미국 내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 항상 존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세계일보자료사진
미국의 퓨(Pew)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4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읽힌다. 미국민 중 한국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49%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이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수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주한미군을 둘러싼 한·미 간 인식 격차도 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들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 여건이 점차 악화하는 것도 트럼프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삭감했다. 2010년 6910억달러였던 미 국방비는 2015년 56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국방예산 감축이 지속되면 미국은 상당한 ‘전략적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따라서 미국이 과거와 같은 동맹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면 동맹국 지원은 줄이는 대신 동맹국의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일 개연성이 높다.

미군은 그동안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감축했다. 미 육군은 2001년 9·11 사태가 발생했을 때 57만명이었으나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5년 12월 현재 49만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8년까지 4만명을 더 감축해 45만명선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공군과 해군, 해병대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까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군 관계자는 “2008년 4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주한미군 병력 유지에 합의하면서 병력이 유지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미군 지원 규모 역시 감소될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한·미동맹이 부침을 거듭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미동맹이 약화된 첫 번째 사례는 2차대전 이후 한반도에 진주했던 미군이 1949년 철수한 것이다. 이를 빌미로 북한은 남침을 감행했고 6·25전쟁을 치러야 했다.

1969년 집권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그해 7월25일 괌에서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는 아시아인들의 것”이라고 주창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의미였다. 한반도에서도 6만명의 주한미군을 4만명으로 줄이는 감축작업이 본격화했다.

박정희정권은 한국군 병력 5만명을 베트남에 파병했는데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면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강력 반대했다. 그러나 미국은 단호했다. 이 같은 미국의 안보공약 후퇴 조짐과 북한 위협 증대에 따른 대비책으로 박 전 대통령은 1974년부터 ‘율곡사업’을 통한 한국군 현대화와 함께 비밀 핵개발에 착수했다. 한·미의 갈등이 표면화한 시점이다. 세 번째 위기는 1977년 출범해 일방적 주한미군 철수를 선언한 카터 행정부 때다. 우리 정부의 반대로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이때도 3400명의 주한미군이 철수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1989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다. 주한미군 감축을 골자로 한 넌-워너 수정안의 미 의회 통과로 1992년까지 7000명의 주한미군이 감축됐다. 1990년 2월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리처드 체니 미 국방장관을 만난 뒤 작전통제권 이양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해 4월 미 국방부가 제출한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 보고서에 ‘평시작전통제권을 1993~1995년 한국군으로 전환할 것과 90년대 후반에 연합사 해체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길 정도였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축소에도 우리 정부에 더 많은 방위비분담금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등 압박이 거세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거 경험들로 볼 때 트럼프의 주장이 전혀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박휘락 경남대 교수는 “미국의 재정적자에 따른 국방예산 삭감으로 동맹국에 대한 부담을 더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추세가 트럼프와 조우해 방위비분담금 증액 없이는 주한미군 주둔도 없다는 주장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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