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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대북 제재 끝을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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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02 21:44:41 수정 : 2016-06-02 21: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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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느슨한 제재론
김정은 결코 손들지 않아
미국이 2차 제재 착수하고
해외서 들어오는 돈줄 막아야
진짜 제재다운 효과 나타나
가장 강력하다는 대북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된 지 석 달이 지났다. 식당 종업원의 연쇄 탈북 사례를 보면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도 북한의 언행을 보면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대북제재는 세 개의 큰 구멍이 있다. 우선 결의안 자체에 있다. 대북제재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수출의 약 40%를 담당하는 광물 수출금지가 있지만 민생목적일 경우 제외된다. 북한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섬유제품 수출도 제외돼 있다. 항공유와 미사일 발사용 연료에 대한 대북 수출은 제재 대상이지만 석유 수출에 대한 것은 없다. 그러기에 이 시각에도 중국의 원유가 송유관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다. 붕괴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데 김정은이 항복할 이유가 없다.

김열수 성신여대·국제정치학
이어 대북제재망에 참여하는 회원국의 소극적 태도라는 구멍도 있다. 모든 회원국은 결의안 통과 이후 90일 이내에 대북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북제재가 얼마나 성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곧 성적표가 공개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결의 내용을 철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공고문을 발표하고, 러시아도 대북제재에 대한 대통령 명령을 공개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모든 국가의 행동이 우리 마음 같지 않다.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가 통과됐을 때 불과 20% 남짓한 국가만이 완전한 제재보고서를 제출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대북제재는 실패로 돌아가 제4차 핵실험과 제6차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큰 구멍이 난다면 김정은이 두 손 들 이유가 없다.

그리고 경제제재가 통상 실패로 귀결됐다는 역사적 구멍이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게리 클라이드 후프바우어 박사팀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90년대까지 약 80년 동안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204건을 분석했다. 결론은 경제제재를 통해 군사모험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목표의 성공확률은 25%이며, 레짐체인지(정권교체)나 민주화의 성공확률은 31%라고 했다. 경제제재의 성공확률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입·수출·금융 등 단일 항목에 대한 제한된 제재보다는 금융과 수출입 제한 등의 내용이 포괄적일수록 성공확률이 높다고 했다. 또한 독재국가보다는 민주국가에 대한 제재가 성공확률이 더 높다고 했다. 이를 북한에 적용해 보면, 결의안은 독재국가인 북한에 제한된 제재를 가함에도 군사적 모험을 중단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는 이 가정에 얼마나 큰 허점이 있는지를 확률로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이 경제제재의 역사성을 확신한다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결국 성긴 제재망을 보완하기 위해 개별국가가 나섰다.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수차례에 걸쳐 대북 독자 제재안을 발표하고 실행에 돌입했다. 심지어 김정은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스위스조차도 금융 및 사치품 수출 제재 등을 발표했다.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을 분리시키는 행동에 돌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방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면 이 정도의 노력으로 30%의 성공확률이 100%로 바뀌게 될까. 100%가 되려면 더 촘촘한 제재망이 필요하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이 실제 작동되도록 해야 하고 5만 여명에 달하는 북한 해외 근로자의 임금이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떤 국가가 북한에 대해 뒷구멍을 열어주는지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리수용의 시진핑 접견이 중국의 대북제재 의지를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게 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반드시 끝장내겠다는 우리 국민의 단합된 의지다.

김열수 성신여대·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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