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에서 만난 한국 요트의 간판 하지민(27·해운대구청). 손을 보여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요트를 매만지던 그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은 온통 굳은살과 상처로 가득했다. 경기나 훈련을 할 때 돛에 연결된 줄을 맨손으로 잡고 요트를 조종하다 보니 줄에 쓸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그의 손은 엉망이 됐다. 장갑을 착용할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맨손으로 줄을 잡는 것이 감도가 좋아 상처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주먹을 쥐면 상처가 아물지 않은 손가락 마디가 아플 때가 많지만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요트 국가대표 하지민의 손. 맨손으로 요트 줄을 잡고 경기를 하는 탓에 굳은살과 아물지 않은 상처투성이다. 부산=하상윤 기자 |
10대의 나이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단 하지민은 리우가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이다. 베이징에선 세계 베테랑급 성인 선수들과 겨뤄 종합 28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메달 레이스 결선 진출에 실패하며 좌절을 맛봤지만 리우에서만큼은 꼭 메달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요트 경기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 유리한 풍향과 조류를 이용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민은 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타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리우 요트장은 수역에 따라 바람 변화가 심해 처음부터 좋은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선수들과 겨룬 경험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리우에서 꼭 메달을 따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요트 국가대표 하지민이 2일 부산 해운대 요트경기장에서 자신의 1인승 딩기요트의 줄을 잡아당겨 돛을 조정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부산=하상윤 기자 |
하지민은 유럽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187㎝, 80㎏의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세계를 누비는 선수가 됐지만 잦은 해외 출장으로 한국이 그리울 때가 많다. 보통 1년에 넉 달 정도를 해외에 머물며 대회 참가나 전지훈련을 하기 때문에 일정이 끝나면 곁에 없는 가족 생각에 외로움을 느낀다. 런던 올림픽을 앞둔 2011년 당시에는 무려 일곱 달을 해외에 머물렀다. 그는 “오랫동안 가족·친구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향수병으로 힘들 때가 많다. 영상 통화도 외로움을 달래주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요트를 ‘비인기 종목’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아쉽다. 하지민은 2010년 당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금메달의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렸고, 네티즌들이 그의 정체를 밝혀내면서 해당 글은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비인기 종목 선수인 하지민이 금메달을 땄음에도 대중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관심을 얻기 위해 벌인 촌극이라고 매도했다.
부산=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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