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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철의법률이야기] 승소의 ‘열쇠’ 입증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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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14 22:23:34 수정 : 2016-06-14 22: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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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의 분배는 일정한 법칙 따라야
본인에 유리한 사실 못 밝히면 불리
재판이란 소송당사자의 주장을 기초로 하고, 제출된 증거를 조사해 쟁점이 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재판에 의해 밝혀질 사실관계는 대여사실, 매매사실, 어느 가옥이 타인의 토지를 침범해 건축된 사실 등 무수히 존재한다. 법원은 당사자가 제출하는 여러 증거를 조사해 이러한 사실관계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를 확정한다. 그런데 법원이 소송당사자가 제출한 여러 증거를 면밀히 조사를 해도 쟁점이 되는 사실관계의 존부를 밝혀낼 수 없을 때에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가 문제 된다. 이처럼 입증책임은 소송의 승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갑이 을을 상대로, 을이 자신의 자동차에 돌을 던져 자동차를 손괴했다는 이유로 수리비를 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해 보자. 법원이 증거를 조사한 결과 을이 손괴한 사실이 인정되면 당연히 손배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하게 된다. 반면 을의 ‘알리바이’가 입증돼 을이 손괴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면 당연히 갑이 패소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증거조사를 해도 을이 자동차를 손괴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도 있다. 이때 법원은 어떤 판결을 해야 하는가. 갑의 주장이 옳아 보이기도 하고, 을의 주장도 신빙성이 있다. 자동차가 손괴된 것은 분명하지만 을이 손괴를 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그 경우 누가 손괴했는지 법원도 잘 모르겠으니 갑과 을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판결할 수는 없다. 법원은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 어떤 경우든 모르겠다고 판결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일정한 권리관계가 발생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 있는데, 그 사실의 존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사실이 있음을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판단한다. 이때 그 당사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을 ‘입증책임’이라고 한다. 앞에서 갑의 주장은 자신의 자동차를 손괴한 사람이 을이고 이에 자신은 을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갑이 을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을이 자동차를 손괴한 사실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증거를 조사해도 을이 자동차를 손괴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면 입증책임의 법리에 의해 을이 자동차를 손괴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고 을이 자동차를 손괴했다고 주장하는 갑에게 불리한 판결, 즉 패소판결을 내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특정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는가 하는 문제는 일정한 법칙이 있어 소송당사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그 분배 원리는 간단치 않으나 대체로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에 대해서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고 보면 된다. 즉 자신에게 대여금, 손해배상청구권 등 어떤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그러한 권리를 발생케 한 권리발생사실에 대해 입증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취급을 받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상대방에게 “권리가 있었으나 그 후에 그 권리가 소멸했다, 상대방에게 권리가 있기는 하나 아직 그 권리를 행사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이 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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