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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생명의 시간 되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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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2 21:24:50 수정 : 2016-06-22 21: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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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세포·노화, 복원할 여지 커져
IT 만난 생명공학 잠재력 무궁무진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 바이오산업의 성장이 단연 화제다. 생명을 다루는 특성상 예기치 못한 임상실험 결과의 복병이 늘 잠재함에도 고령화로 치닫는 현실과 전통산업군의 성장한계는 미래를 담보한 바이오산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항암제와 같은 난치질환의 신약 개발, 줄기세포 치료, 노화 방지 등의 키워드를 떠오르게 한다. 그런데 이런 키워드에 관련된 생명현상은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비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것이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환되는 과정, 줄기세포가 분화되는 과정, 젊은 세포가 노화되는 과정, 이러한 생명현상은 자연상태에서 분명 모두 비가역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비가역적 생명현상을 되돌릴 수 있을까. 역사 속의 우연한 관측과 최근 보고된 일련의 과학적 발견은 이것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되돌려질 수 있다는 보고는 1907년 막스 아스카나지가 난소의 테라토마(기형종)가 정상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보고한 것을 시초로 197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간표피암, 췌장암, 유방암세포에서 간혹 그러한 역행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및 뇌공학
가장 극적인 실험적 관찰은 2015년 스콧 로웨가 생쥐의 장조직에서 에이피시라는 특정 유전자의 조절을 통해 대장암의 발생을 되돌릴 수 있음을 보고한 것이다. 한편 줄기세포는 매우 정교한 조절과정을 통해 특정 형질의 세포로 분화된다. 그리고 일단 분화된 세포는 줄기세포의 특성을 잃어버린 채 원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런데 2006년 야마나카 신야는 생쥐의 분화된 피부 섬유아세포에 네 가지 특정분자를 주입한 결과 리프로그래밍이 일어나 줄기세포로 역분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줄기세포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다른 한편 젊은 세포가 노화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해 아직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여러 흥미로운 발견은 이러한 노화과정도 역행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2014년 사울 빌레다와 토니 위스-코레이는 늙은 쥐와 젊은 쥐의 혈관을 연결하는 개체결합 실험을 통해 늙은 쥐가 젊은 세포의 특징적 기능 일부를 회복하는 현상을 관측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생명현상은 세포 내 다수 분자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분자네트워크의 다이내믹한 거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분자집단이 매우 방대하고 정교한 연결망을 통해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기에 유전자 돌연변이나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일부 손상을 받더라도 연결된 다른 분자회로가 그 기능을 보상해줄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어떠한 생체프로그램이 작동해 일련의 분화과정이나 노화과정이 자발적으로 진행되더라도 그 기능을 복원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의 동작을 일부 제어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현대의 생명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세포 내 분자네트워크의 규모와 구조가 밝혀지고 있으므로, 여기에 정보기술(IT)이 융합되면 생명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생명의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매우 극적이며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온전히 과거의 상태로 환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 기능의 일부를 복원하도록 생명체의 분자네트워크를 자극시켜 조절하는 것은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이미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관건은 생물학 실험의 우연한 발견과 현상학적 관찰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통제 가능한 제어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는 생명과학과 제어공학의 융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암화, 분화, 노화과정을 지배하는 분자네트워크의 다이내믹스를 제어함으로써 생명의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의 미래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흥미진진한 생명공학의 르네상스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및 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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