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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집단탈북’ 남남갈등 노리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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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3 21:35:31 수정 : 2016-06-23 2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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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동요 막기 위해
가족 숙청 대신 남측에 화살
민변 지나친 개입 곤란
소송전은 여론분열 불러
북한전략에 말려들지 말아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서울에 개소된 지 23일로 1년이 지났다. 1년 전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수만 명의 북한 주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해 한국에서 새 삶을 찾았지만 여전히 수백만 명이 자유를 부정당하고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끔찍한 운명 속에 고통을 받고 있다”며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북한 인권 관련자 책임 규명과 인권 개선의 방안 모색을 위한 강력한 활동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예상대로 북한은 서울사무소 설치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당시 외상이었던 리수용은 인권이사회를 방문해 북한 내 인권 유린 자체를 부인하고 “현장사무소 개소 행위를 공화국에 대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겠다면서 정치적 음모에 분연히 맞서겠다”며 위협의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개소 당일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교포 2명에게 중형을 선언했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를 이유로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정치학
1년이 지난 오늘 북한은 류경식당 여성종업원 12명의 탈북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북한은 “류경식당 종업원들이 납치된 것”이라며 부모를 내세워 “하루바삐 가족의 품으로 송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집단 탈북이 7차 당 대회와 함께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찬물을 부은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평양에 살고 있는 충성심이 강한 교육받은 중산층의 자제라는 점에서 고심했을 것이다. 만약 가족을 숙청하면 북한 내 중산층의 민심이 크게 이반될 것이고, 그대로 놔두게 되면 추가 탈북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선택은 대규모 숙청 대신 남측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며, 부모와 가족을 내세워 송환을 요구함으로써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에 인도주의적 차원의 이유로 맞서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와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갖고 있는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당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부모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종업원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나치게 개입해 사회적 이슈로 만든다면 북한 당국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이는 서울에 상주하는 국제기구인 북한인권사무소가 담당하는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조사가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느낌마저 줄 수 있다.

북한의 인권 유린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초 북한의 기근 및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발생하면서 유엔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구호를 제공했고, 경제 및 정치적인 이유로 중국으로 탈출하는 북한 주민의 안전 및 난민지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엔 탈북자의 국내 유입이 대폭 늘어나고 국내외 다양한 시민단체(NGO)들이 북한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고발하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행동을 전개해 나갔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003년 최초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0여년에 걸친 국제사회 주요국의 개별적인 노력에도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의 개선의지가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3년 3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치해 보다 적극적인 임무를 부여했다. COI가 2014년 3월 완성해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이뤄졌음을 알리고 지도부 및 간부 등에 대해 개인별 형사 책임이 있음을 규정했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책임을 명시하면서 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북한 정권의 책임 규명을 위한 역할을 하는 상주 사무소의 설치를 결의한 바 있다.

북한 탈북자에 관한 사항은 공신력을 갖는 국제기구가 다루면 된다. 정치적 의도를 갖는 소송으로 남남갈등이 확대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국제사회의 압박과 비난에도 기어이 ‘무수단 발사’를 강행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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