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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책 읽는 국민, 지하철에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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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24 21:46:33 수정 : 2016-06-24 2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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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향해 마구 달리는 삶
잠시 멈추고 나와 주변을 보자
지하철 내 작은 책장은 어떨까
빵만으로 살면 삶이 너무 공허
책 읽는 국민에겐 미래가 있어
6·25전쟁 발발 66주년이 됐다. 북한의 무력에 의한 도발이었다. 무력만큼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휴전이 된 후 대한민국은 폐허 속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1위를 이룩하는 선진국이 됐다.

국력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2016년 국방비를 38조원가량으로 책정했다. 어마어마한 국방비로 무장한 최첨단 전투기와 무기가 국력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의 순위로 매겨지는 GDP일까. 자본력과 국방력이 아니면 혹 민주주의적 시민의식이 국력일까. 민주적 절차와 제도일까.

김용희 평택대 교수·소설가
김구는 ‘백범일지’(1949)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김구는 그 척박한 시절에도 ‘문화의 힘’에 대해 역설한다. 일제강점기를 겪고 해방을 맞은 김구는 ‘문화의 힘’을 지닌 나라가 진정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라고 말한다.

한류문화 속에서 K-팝이 뜨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는 요즘, 진정한 문화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드라마란 드라마는 다 챙겨보면서 책은 일 년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독서율에 대해 생각한다. 무사도 정신을 자랑하는 일본 국민이 전철에서 포켓북을 읽고 있을 때, 선비 전통 운운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풍경에 대해 생각한다. 취업률만을 대학 경쟁력의 척도로 여기며 국학인 국문학과를 포함, 어문계열학과를 폐과시키는 교육의 문화적 수준에 대해 생각한다. 일 년에 한국문학 책 한 권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왜 나오질 않느냐며 불평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모 대학 ‘단톡방 성희롱사건’에서 가해자 남학생이 자신이 왜 비난받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한 일에 대해 생각한다. 거친 언어와 집단적 편가르기, 야만적인 문화풍속과 폭력적인 시스템에 대해 생각한다.

다시, 국력이란 무엇인가. ‘문화의 힘’이야말로 국력이 아닐까. 불국사의 ‘석가탑’은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와 무관하게 우리와 세계인류에게 자랑스럽다. 감동적인 시 구절이 있는 시집이라면 도서관 귀퉁이에 잠들어 있다 할지라도 의미있다. 중국관광객을 위해 호텔이 지어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서점과 출판사가 문을 닫고 있다. 모든 것이 경제적 부가가치, 부가가치의 재생산과 확대에 몰두하는 이 시대의 야만적인 척도가 두렵다. 목표를 향해 빨리 달려가야만 하고 달리기를 멈추면 곧 낙오될 수밖에 없고 낙오되면 영원한 루저가 될 수밖에 없는 이 속도가 나는 두렵다.

속도를 잠시 멈추고 자신과 주변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힘. 그것은 독서의 힘에서 나오지 않을까. 전철 안에 작은 책장을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전철을 타고 가면서 책을 꺼내 읽는 것이다. 그리고 내릴 때 다시 제자리에 꽂아두기 운동. 그럼 책을 훔쳐가지 않겠냐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현대인들은 책을 집에 가져갈 만큼 가치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억될 사건이 2004년에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세계 각국에서 구호물품과 구호자금을 보내왔다. 6개월 만에 120억달러나 모였다. 보내온 구호물품 중에 책이 있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책을 읽으며 진정 따뜻한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명언처럼 빵만으로 갖게 되는 포만감은 우리를 공허하게 할 뿐이다.

책 읽는 국민, 지하철에서부터 시작하자. 책 읽는 국민은 미래가 있다. 진정한 국력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한다.

김용희 평택대 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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