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사격은 진종오와 김장미 등 최근 권총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속사권총에서 올림픽 메달은 전무하다. 속사권총은 입사(서서쏴) 자세 종목으로 선수가 제한된 시간 안에 발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틀에 걸쳐 경기가 진행되는데 본선에서는 하루에 30발씩 총 60발을 쏜다. 8초에 10발, 6초에 10발, 4초에 10발씩 쏴야 한다. 1발당 10점이 만점, 총 600점 만점 경기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격 국가대표 김준홍이 지난 16일 충북 진천선수촌 사격장에서 과녁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
김준홍은 국내 속사권총 1인자이자 세계랭킹 3위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 종목을 한 것은 아니다. 서울 경원중을 다니던 김준홍은 어릴 적 바이올린을 6년 켰다. 중학교 3학년 때 100m 달리기를 12초대에 주파할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던 그는 2005년 체육선생님 권유로 동료보다 다소 늦게 총을 잡았다. 그는 “처음에는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줄 알고 갔는데 진짜 총이었다”며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고 신기한 마음에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막상 사격을 시작했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김준홍은 “고1 때 속사권총을 접한 뒤 눈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시간 빨리 집중해서 쏘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다른 종목을 한 번씩 다 해봤는데 가장 재밌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준홍에게 가족은 가장 든든한 존재다. 고등학생 때 기록이 안 나올 때면 사격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그의 아버지 김병섭씨는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며 기운을 북돋아줬다. 김준홍은 “아버지 말을 듣고 그만두더라도 정말 후회 없도록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집에서 1시간씩 야간 훈련을 했고 그 뒤 기록이 조금씩 향상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때 시작한 야간 1시간 자세 연습을 김준홍은 지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국가대표도 군대 있을 때 처음 발탁됐다. 2013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속사권총 단체전 은메달, 스탠더드 권총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며 25m 권총의 기대주로 발돋움했다. 2014년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준홍은 이때부터 세계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속사권총 1인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는 전역과 동시에 KB국민은행 사격단에 입단했다. 중학생 때부터 김준홍을 눈여겨보던 손상원 KB국민은행 감독이 직접 데려왔다. 손 감독은 “환일고 코치로 재직 중일 때부터 준홍이를 우리 팀에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때는 못 데려왔다. 당시 두각을 나타낼 만큼 엄청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차분한 성격에 집중력이 좋아 유심히 지켜봤다”며 “속사권총에서 재능을 보이더니 상무에 입대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한 단계 끌어올려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김준홍은 어깨와 허리 부상을 안고 있다. 그는 어깨 근육이 잘 경직돼 한때는 어깨를 돌리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겨울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꾸준히 재활을 한 덕분에 최근에는 많이 회복됐다. 멘털 관리가 중요한 종목인 만큼 소속팀 지원으로 지금도 심리학 박사와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멘털 코칭을 받고 있다.
김준홍의 시선은 이제 리우로 향하고 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은 제패했지만 아직 올림픽은 출전조차 못해봤다. 함께 속사권총 대표로 선발된 강민수(30·경북체육회)와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그는 “간절히 원하던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으니 꿈인가 싶다”며 “물론 금메달을 따면 가장 좋겠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제 기량을 다 펼치고 나오고 싶다. 민수형과 함께 시상대에 꼭 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천=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