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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회의원 특권폐지, 쇼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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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5 22:38:17 수정 : 2016-07-05 22: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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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마다 내놓는 메뉴… 국민들 불신
자문기구에 전권 주고 실천 나설 때
‘다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다. 정치권의 도덕성 위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친·인척을 보좌진에 앉힌 경우가 속속 드러나고 국민의당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이 커지면서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세비 동결 등을 의결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더민주는 가족채용 논란 의원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고, 국민의당은 두 공동대표가 사퇴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3당 원내대표와 의원 체포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후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도록 한 국회법 조항을 삭제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를 설치해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정치권이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덕성 논란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적 인내가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여야 정치권의 다짐이 처음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위해 19대 전반기에 발의된 법안만도 30건이 넘지만 제대로 논의된 게 없다. 체포 동의안 자동 폐기 조항의 폐지와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은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제시됐던 사안이다. 각각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 수당법’, ‘국회의원 윤리실천규칙안’의 이름으로 발의돼 작년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가까스로 상정은 됐지만 단 한 차례도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는 17대 국회부터 지난 국회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도 못 넘고 항상 자동폐기됐다. 야당이 주장한 내용을 여당이 그대로 발의하는 경우도 많다. 새누리당의 이번 ‘세비 동결’은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했다.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폭 제한, 비리혐의자 불체포특권 배제, 국회 윤리위 전원 외부인사 구성,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 아닌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약으로 제시했고, 개원국회에서 우선 추진하겠다고 했던 것들이다. 지금까지 12년째 논의 중인 사안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반복됐던 여야의 다짐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도 그랬고, 올해 총선을 앞두고도 여야는 특권 폐지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용두사미(龍頭蛇尾)다.

왜 그랬을까. 국민적 무관심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이 개혁경쟁과 혁신경쟁을 할 때는 관심을 보였지만 그 이후는 그렇지 못했다. 정치적 약속이 구두선(口頭禪)에 머물지 않고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다. 4년마다 거듭되는 ‘습관성 망각 증후군’인가. 그래서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의 지속적 관찰과 감시가 필요하다.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국민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국민의 대표 국회가 가진 공적 역할 때문이다.

나아가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에 전권(全權)을 주는 것이다. 그 기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고 국회는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국회 스스로 했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못했으니 더 이상 달리 방법이 없다. 이번 기회에 유감스럽지만 타율적으로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는다. 그래야 ‘국회 무용론’이 사그라진다.

따라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구체적 입법 일정과 실천 일정을 그 기구가 정하도록 한다. 해야 할 특권 내려놓기 대상을 만들어 당장 할 수 있는 방안부터 실천하면 된다. 언제까지 어떤 국회의원 특권을 어떻게 조정하고 입법화해 실천하도록 시간표를 만들어 국회의장과 3당 대표가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 그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 않았다. 이젠 실천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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