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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울산 앞바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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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07 22:35:30 수정 : 2016-07-07 22: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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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경험에서 보듯
국가적 대비 태세에 따라
삶과 죽음이 나뉜다
재난당국은 지진 피해 막을
실효적 행동에 즉각 나서야
지난해 5월에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화를 받았다. 네팔을 덮친 4·25 지진 참상에 충격을 받은 끝에 우리 현실도 돌아보자는 취지로 썼던 ‘지진, 예측은 못해도 대비는 해야’ 제하의 칼럼에 공감한다는 전화였다. 그는 고맙게도 자기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방책이 뭔지 살펴보겠다는 다짐도 했다.

후속 통화는 없었다. 그가 어떤 방책을 수립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이유는 간명하다. 지진 대비는 국가적 과제여서다.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없다. 각성이 필요하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달라진다. 납세자는 국가의 그런 순기능을 기대하며 군말없이 세금을 내는 것이고….

이승현 논설위원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에 놀란 사람이 많다. 울산, 부산 일대에선 야간 자율학습 중이던 교실과 영화 상영 중이던 극장이 졸지에 텅 비었다. 어제 세계일보 사설은 중국·일본 사례를 돌아보며 문제점을 점검·보완하라고 당국에 주문했다. 왜? 국가적 대응 태세에 따라 파장이 천양지차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국·일본의 재난 경험이 생생히 말해준다.

다 함께 반추할 시점은 8년 전이다. 2008년 5월 규모 8.0의 지진이 중국 쓰촨성을 덮쳤다. 사망자만 6만9180명에 달했다. 실종자 1만7406명, 부상자 37만여명의 피해도 수반됐다. 이어 6월에는 규모 7.2의 지진이 일본 이와테현을 덮쳤다. 사망 10명, 실종 12명, 부상 23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역시 없어야 마땅한 피해였지만, 한 달 전 중국에 비하면 실로 경미했다.

사망자만 보자. ‘7만명 가까이’ 대 ‘10명’이다. 무엇이 이토록 큰 차이를 불렀을까. 답은 자명하다. 지난달 22일 열린 제8회 국민안전기술포럼에서 이철호 한국지진공학회장은 “실효적 내진 설계를 (법규에) 적용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를 나타낸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전자는 일본, 후자는 중국이다. 국가적 대응 태세가 삶과 죽음을 가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나. 중·일 사이 어딘가에 있기 십상이다. 지진 경계론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우리 대응 태세도 근래 달라지고 있다. 5월에 나온 지진방재 개선대책부터 그렇다. 내년 상반기부터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3층 이상에서 2층 이상으로 강화하고, 공공시설 내진율은 2020년까지 49.4%로 10%포인트 가깝게 끌어올린다는 등의 종합처방전이다. 조기경보만 해도 규모 5.0 이상의 경우 50초 이내 발령토록 제도화됐다. 한반도 좌표는 일본 쪽으로 급속히 이동 중이다. 적어도, 그렇게 널리 홍보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나아지고 있나. 울산 앞바다 지진파를 겪어 보니 그렇게 믿기가 어렵다. 매뉴얼에 따른 조치라곤 하나 긴급재난문자는 극히 일부 지역에만, 그것도 지진 발생 18분이나 지나 송출됐다. 문자 날짜가 틀려 5분 후 다시 발송하는 혼선도 더해졌다. ‘23분 후’라면 모든 게 끝난 뒤라고 봐야 한다. 당국이 말하는 개선이 탁상행정 차원의 개선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5월 개선대책은 거의 다 ‘미래형’이다.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당국은 지진 쫓는 허수아비를 세우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안심한다. 블랙 코미디다. 하기야 지진 피해 지역을 통제·수습할 전국 268곳의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종합상황실의 41%가 내진설계가 안 돼 있다고 하니 뭔 말을 보태겠느냐만은.

물론 과도한 우려는 금물이다. 한반도는 지진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걱정만 앞세워 불안·공포 마케팅을 벌일 일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허수아비 앞에서 낮잠만 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난달 포럼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서울을 덮칠 경우 사상자 11만명, 손상 건물 38만채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불길한 예측까지 나오지 않았나. 울산 앞바다의 경고를 새겨듣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처럼 막중한 책무는 따로 없다는 점도 거듭 명심할 일이고.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그러지 않는다면?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영화 ‘곡성’의 대사가 전국에 메아리칠지도 모른다. “중한 게 뭐인디? 중한 게 뭣인지도 모르면서….”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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