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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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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8 22:29:42 수정 : 2016-07-18 22: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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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사건은 검찰 현주소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 모면
통제 안 받는 무소불위 권력
수술대 올려 메스 가해야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에서 돈을 받아 주식을 사고, 고급 승용차를 얻어 타고, 처남 회사에 대기업 일감을 몰아주게 한 것이 지저분하기는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검찰 사상 현직 검사장 첫 구속’ 운운하며 비리 검사를 처음 본 것인 양 요란 떨 필요는 없다. 검찰 얼굴에 ×칠 했던 벤츠 검사, 해결사 검사, 성접대 검사, 바바리맨 검사 등이 한 짓에 견줘 보면 거기서 거기다. 검찰권을 정권에 갖다 바친 수많은 정치검사들과 죄질을 따져보면 오히려 새 발의 피다. 진 검사장이 검사 데뷔 후 거친 보직이 15개나 된다. 평검사 때부터 기업에 손 벌린 간 큰 검사가 출세가도를 달린 검사 생활 20년 동안 넥슨과 한진만 건드렸을까 하는 의구심은 남는다.

진경준은 서울지검 평검사 2년차 시절인 20년 전 6000원짜리 통일호 열차표 1장을 1만원에 팔아 4000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40대 회사원을 구속기소했다. 진 검사는 “암표 판매는 나쁜 행위다. 휴가철을 앞두고 암표상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구속기소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1995년 사법연수원 21기 검사 중 가장 우수한 임관 성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됐고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섰으니까.

김기홍 논설실장
김현웅 법무장관은 진 검사장에 대해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허탈을 넘어 수치심마저 들었다”고 했다. 그들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진경준 비리가 아니라 법무부·검찰·청와대가 사건을 뭉개려 했던 태도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진 검사장 개인과 관련된 일이다. 법무부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겠다” “징계시효나 형사처벌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했던 지난 3개월간의 ‘법치 공백’ 상황을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여론 압력이 없었다면 진경준의 뇌물 범죄는 완전범죄가 됐을 것이다. 주식 대박 의혹을 걸러내지 못한 인사검증 책임자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포함해 그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자격이 없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인사검증· 감사시스템 강화, 청렴문화 확산 등의 방안을 내놨다. 검찰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보여준 뻔한 레퍼토리다. 장담하건대, 검찰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다짐과 약속이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이었음은 오늘의 검찰 몰골이 말해준다. 입으로만 사과와 쇄신을 되풀이하다 제 발등을 찍고 또 찍어 이제는 찍을 발등도 남아 있지 않다. 진경준 사건은 진경준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가 합작한 범죄다. 자정 시스템이 고장나서가 아니라 도덕불감증에 빠진 검찰의 현주소다. 조직의 부패에 눈감고 악취에 코를 막다 바늘 도둑을 소 도둑으로 키웠다.

이번 사태에 정작 참담한 심정을 느끼는 쪽은 ‘99%의 민중’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고 깨끗하지도 않은 데다 눈앞의 이익만 따라가는 집단에게 헌법 가치 수호와 법치 확립의 사명을 일임한 것은 검찰 담장 밖 세상 사람들의 치명적 실수다.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을 보고 있다. 칼자루를 쥔 통제받지 않는 권력 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검찰을 바로 서게 하려면 온 국민이 필요하다.

검찰의 자정 약속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검찰의 의지와 노력, 윤리의식 재무장 정도로 바뀔 수 있는, 개과천선이 가능한 조직이 아니다. 김 검찰총장이 고검장 간담회에서 진경준 사건으로 “검찰의 명예와 자긍심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했다. 검찰에 명예와 자긍심이 남아 있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검찰의 현상유지를 꾀하는 비호세력이 도처에 있다. 검찰 개혁 얘기가 나오자마자 국회에서 “어느 조직이든 이런 독직 사건은 항상 있는 것이고,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검찰 부패의 원인은 무소불위 권력에 있다. 검찰권 오·남용의 폐해가 심각하다.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조직체계,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검찰개혁안을 다시 깨울 때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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