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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한·미동맹과 사드, 정부의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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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9 20:46:43 수정 : 2016-07-19 22: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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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신이 사태 악화시켜
안보 컨트롤타워 정비 시급
한·미동맹 논리로 난관 돌파
편법과 꼼수는 금물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지 12일이 지났다. 발표 당시에는 긴박한 물밑 움직임이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정부가 후속 조치를 내놓는 것을 보면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갑작스럽게 경북 성주를 배치 지역으로 선정해 지역 주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게 한 것밖에 없다. 중국·러시아의 반발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했고, 국내의 우려를 말끔히 떨어낼 만한 증빙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눈치만 보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허겁지겁 발표한 것이다. 정작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사드 배치의 원인을 제공한 북한은 어제 스커드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무력시위에 나섰다.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지만 사드 배치의 이유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8일 사드 배치 결정에 관한 ‘한·미 공동 발표문’은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며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임을 명시했다. 키워드는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두며, 우리 안보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사드 배치 결정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우리 정부가 우리 영토 안에 전력을 배치할 권리를 미국에 부여한 데 따른 조치다.

박완규 논설위원
지금 한·미동맹에는 이상 징후가 엿보인다.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공약한 대로 주한미군 주둔비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재협상이 이뤄지면 한·미동맹의 틀이 흔들릴 것이다. 최근 공개된 민주당 대선 정강 초안은 아·태 지역에서 “호주와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한국, 태국과의 동맹을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2008년 대선 정강에 “일본, 호주, 한국, 태국, 필리핀 등의 동맹국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한 데 비해 우리나라 순위가 밀렸다. 미 대선 이후 한·미동맹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기술 진전과 함께 사드 배치 발표를 서두른 이유로 꼽힌다.

우리 사회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안보 현안에 무척 둔감하다.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안보에 문젯거리만 생기면 우왕좌왕한다.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없었기에 정부 발표를 접한 국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더라면 파문이 이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수립·집행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가 고도의 대응 전략이나 해법을 지녔는지가 관건이다. 중국·러시아와 성주 군민들의 반발은 예상치를 훌쩍 넘고, 민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조차 적잖은 수가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면 의문이 커진다. 하지만 논란이 번지더라도 안보를 최우선 의제로 삼는 데서 벗어나면 안 된다. 이탈리아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정략론’에서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목적은 조국의 안전과 자유의 유지”라고 했다. “약체의 공화국에 나타나는 가장 나쁜 경향은 무슨 일에나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그런 국가가 내세우는 정책은 어떤 압력에 못 이겨서 하는 수 없이 내놓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우리가 우유부단하게 비쳐서는 안 되는 시기다.

한·미동맹에 근거한 안보 논리로 난관을 돌파하되 배치 시한을 정할 것을 제안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 발표 직전 설명회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가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한 뒤 국방부와 외교부 등 관련 기관 당국자들이 협력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해야 한다. 실기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길 바란다. 정부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면서 진정성을 보이면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려고 그때그때 편법과 꼼수로 대처하다간 신뢰를 잃고 나아가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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