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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 신문기자의 유럽 미디어 탐방기

입력 : 2016-07-20 13:43:23 수정 : 2016-07-20 13: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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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삐딱함과
'우리가 남이가'와 같은 동질감을 갖고
둘러본 독일·오스트리아 언론사 아홉곳
■ 언론재단 지원으로 유럽 언론사들 속살을 엿보는 기회가 생겼다
■ 유럽 미디어의 디지털 혁신 현황과 기자들 고민을 엿보게 됐다
■ 메이저·1인미디어가 대등한 입장에서 저널리즘을 고민했던 GEN
■ "앞은 어둡고 길은 보이지 않지만 독자를 믿고 최선을 다한다" 

외국 영화·드라마 속 기자들 모습은 대부분 폼 나고 멋지다. 영미권은 더욱 그렇다. 기자라는 명함을 갖고 다닌 지 10년쯤 되던 해였나, 미국 드라마 ‘ 뉴스룸’을 봤다. 다른 언론들의 잇단 총기 피격 사건 보도에도 자사 기자의 사실 확인을 기다려 주는 메인앵커의 신념이 부러웠다. 영화도 마찬가지. ‘본 얼티메이텀’에서 수개월 동안 미국 정보기관의 비밀 프로젝트를 파헤치는 영국 가디언지 기자의 모습은 얼마나 낯설었던지. 기자 모습이 좋게 비쳐져 뿌듯하기도 했지만 ‘너무 미화했네’라는 짜증도 일었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의 한 장면.
한국 신문기자의 일상은 영화 속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고백컨대, 근 3시간마다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처리해야 할 때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 없이 보도자료나 통신기사를 베낄 때가 수두룩했다. 수개월 간 한두 건의 기획취재에 매달리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하루에만 서너 꼭지의 기사를 써야했다. 스스로 "이렇게 날림기사를 써대니 ‘기레기’ 소리나 듣지" 자조할 때가 많았다. 신문사에 입사했을 당시 포부는 "내 한 줄의 기사가 나를, 주변을, 사회를,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으면"이었다. 이래저래 15년이 흘렀다.

6개월 기획취재는 고사하고 하루 2~3건의 기사를 써야 할 때가 많다.

■유럽 언론사는 다들 ‘뉴스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PF 디플로마-디지털 저널리즘’ 해외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최근 오스트리아·독일 언론사들을 둘러봤다. 견학 명목은 ‘디지털·모바일 시대 유럽 미디어의 대응 전략’이었다. 하지만 내심 ‘유럽 기자들의 모습은 지금의 나와 얼마나 다를까’가 궁금했다. 신문 계열은 ‘비너 자이퉁’(Wiener Zeitung)과 ‘베를리너 자이퉁’(Berliner Zeitung), ‘디 자이트’(Die Zeit) ‘디 벨트’(Die Welt), ‘디 타게스자이퉁’(Die Tageszeitung) 5곳이었다. 아울러 ORF와 NDR 등 양국 공영방송사 2곳과 ‘업데이‘와 ‘X미니츠’라는 신생미디어 2곳도 견학했다.

심영섭(오른쪽 두 번째) 한국외대 교수는 디지털저널리즘 강의는 물론 기자단의 독일어권 언론사 견학때도 동행해 통역, 해설을 도맡아했다.
유럽 언론에 대해서는 출장 전 심영섭 한국외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의 지난 5월 ‘유럽권 미디어의 이해와 디지털 혁신 탐구’ 강의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했던 터였다. 심 교수는 최근 세계 언론계를 강타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슈피겔지 혁신 보고서의 내용과 맥락, 결론을 시작으로 유럽 본토 미디어가 영미권 언론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했다. 디벨트와 업데이 모회사인 ‘악셀 슈프링어 미디어 그룹’의 디지털 혁신 현황과 전략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강의를 들을 때 기자 뇌리에 박힌 것은 심 교수가 지나가는 말로 전한 유럽 기자들 교육과 근무환경이었다. 유럽 메이저 언론사 기자의 경우 입사 전 대학원 과정에 준하는 이론·실습 교육을 받은 뒤 배치되며, 일단 채용되면 독립된 공간에서 개인 비서까지 두고 이틀에 1건 정도의 심층기사를 쓴다고 했다. 월급 수준도 고액까진 아니지만 부족하진 않은 편이라고 들었다. 내심 이같은 환경과 분위기라면 나 역시 "공공의 사실·사건에 관한 진실 보도"라는 기자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다는 ‘질투 반 부러움 반’의 푸념을 했드랬다.

■GEN에서 대활약한 1인미디어들

GEN 총회 둘째날 CNN 디지털담당 편집장과 업데이 부대표가 '퍼블리셔 vs 플랫폼'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독일어권 미디어만 방문한 것은 유럽 위주 언론사들 모임격인 젠(GEN·Global Editors Network)의 올 총회(6월 15∼17일)가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GEN 회원사는 영국 BBC와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프랑스 라 프레세(La Presse), 만평주간 샤를리 에브도, 독일 업데이 등 유럽은 물론 미국 CNN과 MIC, AP통신, 러시아 RT, 일본 아사히 등 전 세계 주요 미디어들이다. 총회 화두는 ▲뉴스콘텐츠 제작사와 배급망 간 관계 ▲모바일 세대에게도 통할 뉴스 형식과 내용 ▲언론사가 저널리즘 가치와 경제적 수익을 담보할 방법 등 크게 세 가지였다.

"CNN은 페이스북과 대립(vs)이 아닌 공존(with) 관계" "채팅 플랫폼, 360도 VR 등을 앞세운 독자 맞춤형 뉴스콘텐츠" 등 여러 제언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대신 두루뭉실한 전망과 당위만 오갔다. 

스마트폰과 지향마이크 등으로 무장한 1인미디어가 GEN 총회장 곳곳을 누비며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SNS에 거의 실시간으로 현장 스케치 기사, 영상을 올리고 있다.
오히려 기자 눈을 사로잡은 것은 총회장 곳곳을 누비는 1인미디어들이었다. 이들은 노트북과 스마트폰, 삼각대, 지향마이크만 갖고 거의 실시간으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주최 측도 ‘미디어 스타트업들’ 소개 시간에 이들을 평가 패널로 삼는 등 상당히 배려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너자이퉁 "종이신문은 지성의 최후 보루"

기성 언론이 "사상 초유의 영향력 퇴조"라는 격변기에도 구체적 비전·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는 현실은 지난 6월14일 방문한 비너자이퉁(WZ)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볼프강 렌너 WZ 기자학교(!) 교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사(1703년 창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운을 뗐다. 

비너자이퉁의 볼프강 렌너 기자학교 교장.
렌너 교장은 WZ 신문 독자는 줄지 않고 디지털 독자는 느는 괜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글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지면 섹션(Buch)의 전문화, 매거진화,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영향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생들과 젊은 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사업과 혁신을 벌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언급한 대학생 대상 사업은 지난해 WZ에 관한 10초짜리 홍보영상 공모전이었다. 입선작들은 발랄했다. WZ를 보면 국내외 주요 이슈를 꿰뚫어 볼 수 있다거나 남녀노소 구분없이 재미와 정보,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혁신의 예는 ‘자전거 스튜디오’였다. 크리스티안 뢰스너 기자가 제안해 운영 중인 자전거 스튜디오는 움직이는 자전거에서 ‘화제의 인물’과 인터뷰하는 장면을 독자들에게 라이브 방송, 기사를 곁들인 짧은 영상, 풀영상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독자, 다른 방송사에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신선했지만 뭔가 아쉬웠다.

비너자이퉁의 자전거스튜디오는 GEN 총회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베를리너자이퉁 "신문은 느리게, 온라인은 빠르게"

두 번째 찾아간 신문사는 베를리너 자이퉁(BZ). 독일 수도 베를린 신문시장은 3개 메이저와 2개 마이너, 2개 무료지 등 7개 신문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BZ의 베를린 지사 건물은 회의장에서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높고 우람했다. 내부는 듣던 대로 기자들 각각의 사무실들로 빼곡했다. 

베를리너자이퉁온라인의 도미닉 마이(오른쪽) 기자 등이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두고 업무를 보고 있다.
BZ온라인의 도미닉 마이 기자는 종이신문 판매부수가 약 350만부일 정도로 안정적이지만 "온라인 콘텐츠 강화를 위해 최근 전담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마이 기자는 조만간 현재 12명 수준인 온라인팀을 확대하고 오프라인 조직과 합친 통합뉴스룸이 출범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온오프 간 오해와 갈등, 알력은 없을까. 마이 기자는 "두 편집국은 일종의 긴장관계"라고 했다. 신문기자 눈에는 온라인 조직은 가볍고 단편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온라인 담당자가 보기에는 종이신문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독일은 아직까지는 가족이 둘러앉아 같이 신문을 읽는 문화가 있다"면서 "하지만 점차 광고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언론사 입장에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리너자이퉁온라인 편집국 모습.
BZ가 염두하고 있는 화학적인 온오프 통합 모델은 뭘까. 그는 사견임을 전제한 뒤 "종이신문은 기획, 탐사, 해설, 특종 등 읽을거리를 제공해야 하고 온라인은 짧고 가볍지만, 언제 어디서든 새로운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속도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느린 종이신문과 빠른 온라인신문’이 지향해야 할 상생모델이라는 얘기였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지만 온라인팀 사무실 한 가운데 놓인 페이지뷰(PV), 플랫폼별 출고기사 현황 등 실시간 전광판이 가슴 한 켠을 짓눌렀다.

■자이트온라인 "언론은 보다 고개를 숙여야 한다"

BZ에 이어 곧바로 들른 ‘디자이트 온라인’은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주간 자이트의 디지털미디어 전담 조직이었다. 그럼에도 공간이나 기자수에 있어 한국 여느 언론사와 맞먹는 규모에 일단 놀랐다. 통으로 된 뉴스룸에 국장-부장-차장-기자 구분없이 자리에 앉아 각자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또 부서 대신 팀제로 운영되고 있는 듯했다. 방문단을 뉴스룸으로 이끈 사람은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는데, 그가 마르틴 코티넥이라는 이름의 자이트온라인 부국장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자이트온라인 뉴스룸 모습.
코티넥 부국장이 전해 준 자이트온라인의 출발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자이트에서 ‘디지털 혁신’을 위해 그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연수를 보냈고, 1년 뒤 돌아온 그에게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 보고서’를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디지털 전략 수립을 위해 그가 맨 먼저 시작한 것은 독자 분석이었다. 자이트 홈페이지나 SNS 등에 자주 접속하는 충성독자 50명을 선정해 이들에게 원하는 뉴스콘텐츠를 묻고 혁신 아이디어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이어 일반 기자와 경영진, 남성과 여성, 베를린 본사와 함부르크 지점,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율을 각각 5대 5로 맞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혁신 보고서 최종안을 내기까지 사내 각 분야·계층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명회를 15회나 가졌다고 했다.

마르틴 코티넥(왼쪽) 자이트온라인 부국장은 디지털전략을 수립하기 전 다양한 독자들 의견부터 청취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 별도의 온라인 조직을 만들고, 기사 도입부에 요약문 싣기, 카드뉴스·라이브타임라인 등 독자를 우선 고려한 전략콘텐츠 제작이었다. 코티넥 부국장은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뭐냐’는 질문에 BZ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그는 "디지털 독자들은 온라인 기사에서 속도 뿐만이 아니라 깊이까지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리아 난민 사태에 관한 40여개 탐사보도 콘텐츠의 경우 길이가 상당했는데도 독자 대부분이 끝까지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자이트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젊은 독자는 연예계 소식이나 해외 토픽, 생활과 같은 연성뉴스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라는 조언이었다. 얼마전 "어쩌다 종이신문을 읽으면 기사가 마치 10권짜리 대하소설 중 7권부터 읽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학생 기자 이미진씨 하소연이 떠올랐다.

■악셀슈프링어 "새로운 사실의 정확한 전달이 소명"

코티넥 부국장은 최근 자이트온라인 내에 별도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담당자들에게 "당신들 목표는 기존 기자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같은 소재, 주제의 뉴스콘텐츠라고 하더라도 타깃층에 맞는 언어와 형식, 방식의 기사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는 주문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브랜드는 주독자층이 40세 이상인 자이트, 18∼35세인 자이트온라인과 달리 14∼25세를 겨냥했다. 기사의 깊이는 길이가, 기사 주제는 소재가 좌우하며 무거움만이 진지함이라고 단정 짓는 게 얼마나 얄팍한 선입견인지를 깨달았다.

악셀슈프링어 계열사인 디벨트의 통합뉴스룸 모습.
독일 황색, 대중지의 대명사인 악셀슈프링어를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루돌프 포르쉬 악셀슈프링어저널리즘아카데미 부원장은 "눈요기 기사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인 중 2억5000만명이 악셀슈프링어그룹 계열 미디어가 생산하는 뉴스를 본다"면서 "이들에게 새로운 뉴스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악셀슈프링어의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일부 상업언론의 경우 ‘긴급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7분 내에 반드시 1보를 내야 한다’는 식의 성과제 등으로 기자들을 옥죄고 있을 것이라는 내 편견이 무참하게 깨진 순간이었다.

■타게스자이퉁 "깊이있는 기사만이 신문의 살 길"

타게스자이퉁이 서너차례 내부 회의를 거쳐 내놓는다는 종이신문 최근 1면 모습.
신문사로는 마지막으로 디타게스자이퉁(TAZ)을 방문했다. 이 신문사는 한국의 386 격인 독일 68세대가 진보적 목소리를 내고자 협동조합 형태로 출자해 1978년 세운 언론사다. TAZ의 디지털화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은 2007년 본격화했다. 

하지만 이 곳엔 그 흔한 동영상팀이나 데이터분석팀, 심지어 그래픽팀도 없다. 그리고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낚시성 기사’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나 인력 모두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랄론 잔더 TZ 온라인편집국 국장석 기자는 무심하게 말했다.

돈이야 그렇다 치고 정규직 기자가 200명, 계약직이 200명인 언론사가 무슨 인력이 없다고 푸념일까라는 반감이 일었다. 아무리 구독료가 재원의 9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광고수익이라고 해도 곧 도래할 디지털·모바일 시대 어느 정도의 온라인 투자는 필요한 시점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타게스자이퉁 랄론 잔더 기자가 자사의 디지털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잔더 기자의 대답은 이랬다. "종이신문에 게재되는 수준 높은 기사를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 게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대중 입맛에 맞는 기사로 당장의 PV량이 늘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우리는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가느니) 차라리 에너지와 시간, 인력을 보다 알찬 지면을 꾸리는 데 집중하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독자만이 내가 기댈 언덕… 초심으로 돌아가자

종이신문 편집국에서 디지털미디어국으로 옮긴 지 반년이 흘렀다. 실망과 원망, 절망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신문기자는 월급이나 근무환경에 있어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분석에 공감했고, 한국에서 종이신문은 2026년이면 없어질 것이라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전망도 접했다. 


한국의 대표 미디어 전문가인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강자의 셈법, 미디어 시장은 소멸한다’는 디지털저널리즘 국내 교육과정 강연에서 "신문은 물론이고 방송 분야도 멀지 않은 미래 극소수 언론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언론계 종사자들 역시 개인 브랜드화에 성공한 기자들만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슬픈 것은 기자가 겪고 있는 언론계 현실도 이들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 변경이라는 기침을 하면 언론사 PV는 40% 이상 떨어질 정도로 출렁인다. 나름 독자 맞춤형이라고 해서 공들여 만든 인터랙티브 기사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는 아예 걸 수조차 없다. 아무리 독자들이 성원한 단독, 심층 기사더라도 당장의 언론사 수익에는 큰 보탬이 안된다. 

미드 '뉴스룸' 시즌1의 주요 장면.
물론 유럽 언론·기자들도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우왕좌왕하고, 나아갈 방향과 전략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그래도 그네들은 어떤 기사를 써야 하고 기자의 역할, 저널리즘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듯했다.

흔히 위기를 만났을 때 초심을 생각하면 길이 보인다고 한다.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자.’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뒤 내린 어설픈 결론이다.

송민섭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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