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열의마음건강] 마음의 구조조정을 하자

마음속 가두어 둔 감정·생각 표현 중요
자신의 모든 것 두려움없이 인정해야

경기가 나빠지고 수익이 떨어지자 각종 조직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든 조직이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직의 존립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이 가지고 있고 또 사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각각의 기능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조직이나 무제한의 자원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바로 구조조정의 요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는 ‘삶’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노력이 멈추면 그것은 ‘죽음’이다. 몸과 마음이 원래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계속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구조조정을 정기적으로 한다면 우리 마음은 더 효율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에너지의 양이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정하다고 가정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선 에너지는 신체적 에너지와 심리적 에너지로 배분된다. 신체적 에너지는 몸이 기능을 하기 위해 사용되고 심리적 에너지는 마음이 기능을 잘하기 위해 사용된다. 운동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면 생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적어진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은 별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생각을 많이 하는 학자나 발명가들은 몸을 움직이는 것을 상대적으로 싫어한다. 그만큼 운동을 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가 적기 때문이다.

마음이 기능을 하는 궁극적 목적은 현실적 과제를 잘 해결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대인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잘 수행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에너지가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에 집중돼 있거나 각각의 기능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도록 억제하는 데 사용되면 안 된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현상은 그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을 억누르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 기능을 다하려고 많은 에너지를 쓰려고 한다.

마음속에 가두어두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억제나 억압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전체 사용할 수 있는 심리적 에너지가 100이라고 할 때 화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데 30이라는 에너지가 소비된다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100에서 30을 뺀 70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억누르고 있는 감정이나 생각의 양이 많거나 억누르는 감정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당연히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용돼야 할 마음의 에너지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제 곧 많은 사람이 휴식을 위해 휴가를 떠날 것이다. 이번 휴가기간에는 마음의 구조조정을 하는 의미 있는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과 만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감추기보다는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두려움 없이 인정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첫걸음이다. 그래야 마음이 자유스러워진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