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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리우 올림픽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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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1 21:23:57 수정 : 2016-08-01 21: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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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맞설 상대는 경쟁 선수 아닌 ‘리우 리스크’
최악의 스포츠 축제에서 잘 싸우고 무사히 돌아오라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리우 올림픽 출정식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걱정하는 질문에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있긴 한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임신할 생각이 없어서…”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지만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불안한 마음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더 쓰인다. 한국 선수단은 환한 미소를 띠며 리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기막힌 상황을 보고 황당한 심정이 됐을 것이다.

리우 올림픽은 손님 맞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브라질 최악의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 극도로 불안한 치안 상황,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 지카 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뎅기열 같은 감염병 전염 우려에 엉망진창인 선수촌 시설과 부실한 관리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브라질 국민은 올림픽을 반대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 늘어선 중무장 장갑차와 군인들을 보면 전쟁 준비를 하는 것인지 올림픽 준비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도 없고 환영받지도 못하는 곳을 기어이 찾아가 예방주사를 5∼7대씩이나 맞고 4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선수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경쟁 선수가 아니라 ‘리우 리스크’이다.

김기홍 논설실장
그래서 우리가 올림픽에서 보게 될 건 선수들의 땀과 환호, 눈물만이 아닐 수도 있다. 경기장 밖에서 느닷없이 벌어지는 애꿎은 희생과 비극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훔칠지도 모른다. 제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단 불상사가 벌어지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이미 너무 늦었다.

이런 최악의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강행하는 것이 브라질 정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온갖 경고와 반대를 무시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무책임한 IOC는 올림픽 정신 훼손에 앞장설 정도로 비도덕적이기까지 하다. 조직적인 도핑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허용했다. 이런 비겁하고 야비한 조치는 IOC가 부패 스캔들로 풍비박산난 국제축구연맹(FIFA)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을 우려한 세계 보건 전문가들의 호소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세계보건기구(WHO)도 책임질 준비를 해야 한다.

IOC의 무모한 도박에 동조하고 부추긴 스포츠 메이저들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스포츠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다. ‘올림픽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라는 올림픽 강령은 옛말이 됐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잘 싸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잘 싸워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선수들은 4년간 땀을 흘린 보람을 배로 느낄 수 있고, 그 선수들의 조국은 맘껏 국위를 떨칠 수 있다. 올림픽을 부자 나라들의 힘자랑하는 놀이터로 만든 중심에는 메달 밭을 휩쓰는 몇몇 스포츠 강국이 있다. 메달 종합 순위표에 일희일비하는 대한민국도 그 주변에 있다.

리우 올림픽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된 제1회 올림픽 이후 31번째 올림픽이지만 올림픽이 남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한 번도 열리지 못했다. 어지간한 경제력으로는 엄청난 올림픽 개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리우 올림픽만 해도 개최 준비에 100억 달러 넘게 쏟아붓느라 리우 시민들 등골이 휘고 허리가 빠졌다. 올림픽 개최로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반대가 됐다. 올림픽 개최는 이제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됐다. 성화의 화려한 불꽃 뒤로 드리워지는 그늘이 갈수록 짙어진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고비용 저효율의 올림픽 개혁을 모색할 때가 됐다.

어쨌든 리우 올림픽은 열린다. 세계 206개국 1만903명 선수들이 참가한다. 그속에 우리 선수단 333명이 있다.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순위 10위 이내 진입' 목표에 매달릴 필요없다. 이기고 지는 것에 개의치 말고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잘 싸우기 바란다. 그리고 제발 무사히 돌아오라.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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