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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누가 검찰을 수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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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2 22:11:29 수정 : 2016-08-02 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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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개혁은 위선, 야당 칼질은 위험
노무현 추모관서 확인하는 교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려 살려냈다. 각계의 호소와 좌초 시도에 밀려 죽일 수도 있었는데도 살린 것은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일 거다. 헌재 결정이 나오기에 앞서 민초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일부 언론이 음식점과 농축산 분야의 피해와 경기 위축 가능성을 거론하자 “천년만년 뇌물로 먹고살자는 건가”라며 비난 일색의 댓글을 달았다. 대부분이 젊은이와 직장인들이었다. 29년 전인 1987년 넥타이부대가 이랬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호헌을 선언하자 거리로 뛰쳐나와 헌법을 대통령 직선제로 바꿨다. 시대를 역행하려는 세력과 맞서 싸운 점에서 넥타이부대와 댓글부대는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넥타이부대가 거리로 나가지 않고 문민정부가 민주복지사회의 기틀을 잡지 않았다면 오늘의 우리는 있을 수 없다. 역사의 고빗길마다 장애물과 난관을 돌파하는 사람과 집단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6·29선언, 금융실명제법,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오세훈법 등은 게임체인저였다. 이들은 후퇴하거나 삐뚤빼뚤 흘러갈 시대의 흐름을 바로잡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금권·관권선거를 획기적으로 줄여 우리 사회를 변혁시켰다. 김영란법의 합헌 결정도 이 범주에 넣을 만하다. 김영란법은 부패와 뇌물을 뿌리 뽑아 우리 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 것이다.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과 헌재는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과 건강성을 입증한 산 증인이다.

백영철 편집인
우리 사회가 항상 건강한 것은 아니다. 최근 검찰이 보여준 추한 몰골은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해 준다. 특수통 검사의 이름을 내걸고 돈벌이에 눈이 멀어 후배에게 구속된 홍만표, 좋은 머리를 주식대박을 위해 쓰다 68년 검찰 역사상 현직 검사장으로 처음 구속된 진경준, 민정수석의 본분과 거리가 먼 오만함과 의혹으로 정권의 레임덕을 부르는 우병우, 인간 이하의 갑질로 젊은 검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어떤 부장검사, 이들은 개별적이지만 검찰 전체의 의미를 지닌다. 검사들이 스스로를 1%의 특권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그랜저 검사’(2010년), ‘벤츠 여검사’(2011년) 등 시차를 두고 병세가 도졌다. 이번엔 영화 부산행의 좀비처럼 한꺼번에 나타났다. 그만큼 검찰의 병이 중증이고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소화제나 먹고 식이요법이나 하고 있어서야 말이 안 된다. 셀프 개혁을 외칠 때가 아닌 것이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이 트러블메이커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작년 말엔 법무차관이 느닷없이 사시존치론을 들고 나와 법을 공부하는 젊은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때 총대를 멘 사람은 혼란상을 수습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누군가가 봐준다는 소문 속에 되레 영전했다. 그 사람이 이번에 셀프 검찰개혁의 책임자 감투를 썼다. 검찰개혁추진단장이 된 것이다. 이러니 검찰의 립서비스를 아무도 믿지 않는다. 끼리끼리 뭉쳐 형님 동생하면서 챙기고 밀어주는 검찰의 썩어빠진 관행을 그대로 둔 채 아무리 착한 척을 해봐야 국민은 속지 않는다.

검찰은 실력도 형편없는 데다 졸렬해서 봐줄 수가 없다. 자신들의 치부를 잘라내자마자 갑자기 국민의당 의원 3인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이 보기 좋게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검찰은 제 눈을 찌른 꼴이 됐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적당한 때에 다른 사건으로 여론의 눈과 귀를 돌리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됐던 국회의원 3인의 구속영장 재청구로 자신들의 치부를 덮겠다고 계산했다면 그 검찰은 좀스럽다. 이제 국면전환을 위해서는 김현웅 법무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이 동반 자진사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여소야대 속에 힘센 야당들은 검찰에 대한 칼질을 벼르고 있다. 완전히 코너에 몰린 검찰은 야당에 질질 끌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야당이 수술 칼을 쥔 상황이다. 백전노장의 야당 대표들이 버티고 있는 야당은 그리 순진하지 않다. 그들에겐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재탄생시키기보다 그저 야당 말 잘듣는 조직으로 순치시키는 게 훨씬 이롭다. 야당과 검찰의 거래가 성사되면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더 망가진다. 검찰개혁의 칼을 야당 손에 쥐어주는 것은 위험하다.

수술 칼을 들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애국심만 있으면 충분하다. 비록 검사들의 반발은 사겠지만 퇴임 후 그들에게 덕 볼 생각만 버리면 어렵지 않다. 대통령은 무엇보다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 ‘닭갈비’ 처지인 우병우 민정수석을 과감히 경질하고 혁명적인 검찰 수술의 시작을 선언한 뒤 범사회적인 검찰개혁위를 꾸리면 된다. 그 길은 김영란법 이상으로 한국사회를 변혁시키는 길이다. 나라도 살고 검찰도 사는 길이다.

7월 말 김해 봉하마을엔 태양의 열기에도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은 추모관에서 복기가 가능하다. 4년차인 2006년엔 별 게 없다. 2007년 2월엔 ‘당의 요구로 열린우리당 당적을 버리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의 5년은 잠깐이다. 역사의 주인공이 돼야 영원히 산다.

백영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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