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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집권 4년차 여당 대표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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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9 22:43:23 수정 : 2016-08-10 01: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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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당심 바로 세우려면
‘계파 꼭두각시’ 노릇 안 돼
대통령에 쓴소리 마다 않고
새판 짜겠다는 의지 보여야
8·9 전당대회를 두 달여 앞두고 새누리당원 연합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다. “새누리당이 뿌리부터 썩어서 줄기가 썩고 잎도 썩고 열매도 꽃도 썩었다. 이렇게 다 썩어 있는 당을 다시 살리는 일은 썩어 있는 뿌리를 뽑아내 다시 씨앗을 심는 일이다.” ‘책임당원 심대경’ 이름으로 올린 이 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공감한다는 내용이었다. 김모씨는 “주위 책임당원 동지들이 탈당한다. 저도 고려 중이다”라고 적었다. 1년에 6개월 이상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은 새누리당의 버팀목이다. 야당에 ‘뜨내기 당원’이 많은 데 비해 여당 당원들은 오래되고 충성심도 높은 편이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투표권은 30만명에 육박하는 책임당원 비중이 가장 크다. 전체 선거인단의 82%나 차지한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당원은 20.7%에 그쳤다. 비박 김무성, 친박 서청원 후보가 맞붙은 2014년 7·14 전대 투표율(29.7%)에 못 미친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사들이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벌인 이유가 클 것이다. 이들은 “친박 패권주의에 퇴장 명령을 내려달라” “패거리 정치를 없애겠다”고 계파 타령만 했다.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폭염만큼이나 새로울 게 없다는 답답함이 당원들을 주저앉게 만들었다고 본다.

황정미 논설위원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건 지지층이 등을 돌린 탓이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야당 인사들이 즐겨 쓴다. 유권자 분포를 따지면 보수성향이 강한 50대 이상 노년층이 많고 이들의 투표율도 높아 여당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영남, 서울 강남 등 텃밭에서조차 여당 후보들이 낙선했으니 기존 지지층이 기권을 했거나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이만하면 당의 기반인 당원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때인데, 서로 계파에 묶여 새로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심대경의 글처럼 당내 균열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위기다.

전대 기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정권 재창출이다. 어제 전대에서 뽑힌 이정현 대표 체제의 과제도 내년 대선 승리에 맞춰질 것이다. 그러려면 흩어진 ‘당심’부터 모아야 한다. 소외 지역인 호남 출신으로 오랜 당직자 생활을 한 이 대표는 당원들의 바닥 민심을 모르지 않을 거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이 순간부터 친박, 비박 등 계파가 없음을 선언한다”고 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이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가 장악한 새 지도부가 친박, 비박 가리지 않고 할 말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 전에는 말이다.

집권 4년차 청와대는 레임덕 방지가 급선무다.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는 대통령 말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것이지만,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로 들린다. 청와대의 불통, 독주 논란은 고질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시라고 불러도 부인 않겠다”는 이 대표가 청와대 주도의 정책, 인사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면 12년 만에 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로 바꾼 의미가 없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임박한 개각이 리트머스 시험지다.

1997년 첫 정권 교체 이후 두 번의 정권 재창출이 있었다. 2002년 김대중정부, 2012년 이명박정부에서다. 이명박정부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있었다. 당 대표는 무난히 대선 레이스 관리만 하면 됐다. 김대중정부에서 여당 처지는 그 반대였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대세론을 탔다. 그 판을 뒤집은 건 정당사상 첫 도입한 국민경선제였다. 대선 주자들의 유불리 논란에도 문을 잠그고 끝장 토론으로 합의를 끌어낸 조세형 위원장의 리더십 결과였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낙제점을 받은 데다 유력 주자도 마땅치 않다. 흙을 뒤엎고 개토를 해야 할 형편이다. 이 대표는 어제 수락연설에서 “지금껏 국민이, 당원이 경험하지 못한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새 지도부에 필요한 건 ‘천막당사 정신’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새판을 짤 각오를 해야 당심, 민심이 움직일 것이다. ‘도로 새누리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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