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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진화를 위한 몰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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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15 21:55:06 수정 : 2016-08-15 21: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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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쾌락으론 진정한 만족 못 느껴
여가도 재충전 위한 시간으로 채워야
덥다. 너무나도 덥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삶의 활력지수가 거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휴가를 떠난 사람도 신명이 예전 같지 않고, 못 간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이 힘들어한다. 그러다보니 일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렵다. 더위 탓이라고 둘러대며 올림픽 방송에 눈길을 준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활시위를 당기는 궁수들의 표정에서 내게 소진된 몰입의 힘을 본다. 10초 안팎의 짧은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해야 하는 100m 경주에서도 몰입의 불꽃을 절감한다.

창조성과 행복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몰입의 창조성을 강조한 미국의 긍정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를 기억할 것이다. 그의 성찰에 따르면 현대인은 많은 것을 잃어버린 채 경쟁의 컨베이어 벨트에 이끌리며 산다. 일과 놀이가 특별히 구별되지 않고, 노동과 삶의 가치 추구가 다른 것이 아니었던 예전의 능동적이고 활력적인 삶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다. 가령 미국의 아미시나 메노나이트 같은 전통 마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들에게는 노동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들이 하는 뜨개질, 목공, 노래, 책읽기 같은 행위는 여가이자 물리적·사회적·정신적 의미에서 유용한 생산 활동이 된다. 그러나 현대인은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진 건강한 삶을 누리는 방법’을 위해 복고적으로 삶의 시계를 되돌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그는 질문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 몸을 담그고서도 이러한 특성을 결합해 삶의 방식을 새롭게 창조할 수는 없는 것일까?”(‘몰입의 즐거움’)

무엇보다 수동성에서 능동성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휴가철이니 여가 문제로 좁혀 보자. 여가 때라고 하더라도 일할 때처럼 창의적인 정력을 쏟는다면, 그 자신의 삶을 넉넉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값지게 할 수 있다. 수동적으로 소비하고 자극적 쾌락을 좇는 여가로는 진정한 만족과 즐거움을 얻기 어렵다. 그는 “오락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회는 앞으로 직면하게 될 기술적·경제적 난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일하면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여가 시간도 목적 없이 소진해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일이 여가처럼 신나고, 여가도 진정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충일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창조적 개인으로서의 소명을 새길 필요가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몰입을 실천하면 누구나 개성적인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다. 즐거운 몰입의 에너지가 삶의 실질을 바꿔줄 수 있다는 믿음을 견지하며, 일할 때는 물론 놀 때도 몰입을 실천할 수 있다면 좋겠다. 몰입을 통해 나를 진화시키면 내가 속한 집단과 세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고, 몰입을 통해 아웃라이어가 됐다고 해서 그 늪에 빠지면 진정한 창조적 개인으로부터 멀어진다. 자기 진화를 위한 즐거운 몰입의 노력은 계속되는 게 좋다. 그래서 저자는 불가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우주의 미래가 내 한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접지 말되,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걸 비웃어라”고.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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