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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높여야 할 건 자존심 아닌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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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1 21:58:06 수정 : 2016-08-21 22: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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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존중하려면 먼저 자신 인정해야
자존심, 상처 받지만 자긍심은 안 받아
상담을 하다보면 의외로 자신의 문제가 ‘자존심이 낮은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자존심은 한 마디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살아가는 데 가장 힘을 주는 심리적 자원은 자존심이다.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행동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성서에도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못한다. 자신을 존중하려면 먼저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존중하는 마음은 인정하는 마음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나를 인정하려면 먼저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나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인정은 두 가지 다른 원천에서 올 수 있다. 하나는 ‘너’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이다. 남으로부터의 인정 여부에 따라 나의 자존심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 ‘너’에게서 인정을 충분히 받는다면 당연히 자존심이 높아지고, 반대로 충분히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자존심이 낮아진다.

반면 나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수 있다. ‘나’의 내부에서 비롯되는 인정을 통해 형성되는 자존심을 ‘자긍심’이라고 표현한다. 자긍심은 문자 그대로 ‘너’의 인정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긍지를 느끼는 마음이다. 자긍심이 높은 사람은 마치 지하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외부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서 오는 인정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낮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렸을 때 부모에게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자긍심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먼저 ‘너’로부터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너’는 부모이다. 부모의 사랑을 통해 자신이 인정받는 존재, 즉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자존심이 강한 척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자긍심이 낮은 사람이다.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여길 수 없기 때문에 ‘너’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과장해 자랑하거나, ‘너’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거짓으로 강한 척한다. 또한 자존심이 낮은 사람은 ‘너’의 인정이 필요하기에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환심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높은 자긍심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자존심을 높이거나 지키기 위해 ‘너’가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마음 속에 ‘인정’이라는 물이 끊임없이 솟아나오는 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너’와 함께 넘쳐흐르는 샘물을 나눠 마신다. 이들은 계속 다른 사람을 인정하기에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높여준다. 다른 사람을 인정한다고 해서 자긍심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목마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물을 주는 샘물처럼 아무리 퍼주어도 결코 마르지 않는다.

자존심은 상처받지만 자긍심은 상처받지 않는다. 자존심은 ‘너’의 인정 여부에 따라 계속 높낮이가 변하지만, 자긍심은 내려가지 않는다. 높여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자긍심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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