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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미의 엄마도 처음이야] <21> 부모만 찾는 것도 한 때…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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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7 14:00:00 수정 : 2016-08-27 1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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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면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순간이다.”

아이를 보며 이 말을 자주 되뇐다. 아직 18개월밖에 안 됐지만 아이의 예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볼 때면 “아이고 정말 아기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육아휴직 덕분에 돌 무렵까지 아이의 발달 과정을 꼼꼼히 지켜봤는데도, 지난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은 새롭기만 하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진다.

아이는 엄청난 기쁨과 힘겨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존재다. 출생부터 100일까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그런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은 아이의 어여쁨을 보는 즐거움과 2세의 탄생이라는 경이로움이었다. 나와 연결된 존재, 조금씩 내 품을 떠나 제 인생을 살아갈 아이를 바라보는 건 가슴 뛰는 일이었다.

출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아이에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을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자기 새끼는 다 예뻐한다”는 말에 과연 그럴까 싶었다. ‘부모의 못난 부분만 닮으면 어쩌지?’라는 철없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분만실에서 처음 마주한 순간, 세상의 관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이는 예쁘냐, 안 예쁘냐 등의 생각을 초월한 존재였다. 눈을 떴다 감았다 반복하며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는 아주 작은 생명. “우와!” 감탄이 터져나왔다. 사랑스러웠다.

갓 태어난 아기는 무의식의 세계에 살았다. 삶의 어느 날 의식 뒤편에 자리하게 되는 고통, 스트레스, 우울 등 그림자를 모르는 평온한 존재였다. ‘넌 무슨 생각을 하니?’ 나는 흑백 모빌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아이의 눈빛을 바라봤다. 작은 자극으로도 존재의 세계가 꽉 차는 상태, 유년의 평안함 속에 있는 아이가 부럽기도 했다.

어느 덧 아이는 자기 욕구에 충실할 만큼 자랐다.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본인 의사를 떼, 짜증, 보챔 등으로 표현할 때가 많다. 조금 더 있으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반복하며 ‘자아’를 느끼고, 다시 ‘나는 왜 이럴까’라며 자아를 평가하는 ‘초자아’가 형성될 것이다. 이쯤되면 유년과는 완전한 작별을 하게 된다. 자녀에게 삶의 중심이었던 부모도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나는 아이가 찡찡거릴 때 짜증 나기보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이 작은 생명의 중심에 엄마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15년 터울인 늦둥이 동생이 “누나, 누나” 하며 매달릴 때 나는 학점, 취업 등에 짓눌려 “누나 지금 바빠”라는 말만 반복했다. 직장을 구하고 돌아보니 “나랑 같이 가∼”라며 징징거렸던 아이가 청년이 돼 있었다. 이제는 자기 생활에 바쁜 동생에게 “누나랑 함께 가주면 안 돼?”라며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동생과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 점이 미안하고 아쉽다.

아들의 나이는 2살. 중학교 입학까지 12년 남았다. 부모와의 데이트에 적극 나서며 순수한 기쁨을 느낄 시기가 대략 12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솔직하게 웃고, 울고, 기뻐하고, 화내는 유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는 아련한 통증이었는데, 나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살고 있는 아이를 만나면서 기쁨으로 돌아왔다. 자녀의 유년은 부모로서 아이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황금기이다. 이 시간을 더욱 살뜰하게 보내고 싶다.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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