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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올림픽과 국력, 한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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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9 21:01:09 수정 : 2016-08-29 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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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먼파워 재확인한 리우
뛰어난 국제경쟁력 입증한 셈
사회진출 장벽 하루빨리 없애
무궁무진한 잠재력 꽃피워야
리우올림픽이 브라질의 국내 정치·경제 불안, 치안문제, 경기장 건설과 운영 등에서 세계 언론의 불안과 우려에도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기록도 평작은 넘었다는 평이다. 4년마다 열리는 인류의 가장 큰 스펙터클한 평화제전인 올림픽이 언제부터 테러와 범죄, 약물파동 등 폭력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것은 올림픽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그럼에도 올림픽만큼 세계인이 하나 되어 소통하고, 우정과 평화를 쌓아가는 축제는 없다. 근대올림픽이 스포츠제전을 넘어 문화예술축전으로 발전하는 데에 88서울올림픽이 기폭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은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했으며, 일본과 공동주최한 2002년 월드컵에서도 ‘붉은악마’의 응원에 힘입어 유럽과 남미의 강호를 물리치고 4강에 올랐던 환희를 잊을 수 없다.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1964년 제18회 도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56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두 번 개최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만큼 일본의 국력과 스포츠외교력을 입증하고 있다. 스포츠가 국력이라는 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스포츠는 군사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육성되기 시작했고, 이는 정부의 재벌의 육성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력이 취약할 때는 국민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엘리트스포츠와 재벌이 그 수혜자가 된 셈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리우올림픽의 한국순위를 보니 당초 목표였던 10위권인 8위를 달성했다. 한국은 이로써 지난 네 번의 올림픽에서 연속 10위권을 지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의 순위를 보면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 프랑스, 대한민국, 이탈리아, 호주의 순이다. 대개 제국주의를 했던 나라들이고, 1, 2차 세계대전의 당사국들이다. 한국과 호주만이 예외이다. 특히 영국과 일본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구소련 당시 미국을 앞섰던 러시아의 급격한 퇴조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이 10위권에 들었다는 것은 한국의 국력이 10위권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지표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한국의 가장 큰 효자종목은 역시 양궁이다. ‘큰 활의 민족’(東夷族)답게 유전자(DNA)가 발휘된 탓일 것이다. 그동안 여자만 세계 제패하던 것을 남자도 합세하여 개인과 단체, 전 종목에서 금메달 4개를 모조리 가져왔다. 물론 양궁선수들의 피나는 훈련과 노력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만 다른 종목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하면 역시 한국의 문화풍토와 체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실패한 종목들은 우리가 가난했을 때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권투, 레슬링, 유도 등 격투기 종목이다. 한국이 종주국인 태권도는 금메달 2개로 체면을 유지했다. 이에 비해 부르주아스포츠로 알려져 있는 펜싱, 골프 등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딴 것은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의 주 종목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리듬체조사상 처음으로 4위를 한 것(손연재)과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 결선에 진출한 것(우하람)도 특기할 만하다.

이번 성적에서 총체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여자선수들의 약진이다. 금메달 9개 중 5개가 여자선수들이 딴 것이다. 태권도에서도 여자선수들이 금메달을 땄고, 112년 만에 부활한 골프에서 박인비 선수가 영광의 금메달을 딴 것은 한국스포츠와 국력의 상관성에서 상대적으로 여성의 파워를 짐작하게 한다. 섬나라 해양세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일본과 영국은 왜 엘리트스포츠에 국력을 쏟은 것일까. 다시 국력의 결집과 강화를 스포츠라는 강도 높은 상징을 통해 달성하려 했던 것일까. 최근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EU) 탈퇴)를 강행한 영국과 장기침체를 벗어나려는 일본은 스포츠를 통해 국력반전의 모멘텀을 잡으려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엘리트스포츠 육성은 아베 신조 총리의 군국주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육상은 거의 전멸상태이다.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로 이어지던 마라톤한국의 명성은 후배 선수들의 부진으로 옛이야기가 되었다. 인간의 인내를 실험하는 마라톤과 기초스포츠인 육상의 부진은 기초연구가 부실한 한국의 과학과 인문학의 사정과 동병상련이다. 기초와 교양과 전반적인 문화능력이 부족한 한국문화가 금방 열매를 따먹을 수 있는 기술 혹은 조립기술에 안주하고 있음을 폭로하는 셈이다. 이는 한국문화의 근시안적 운영과 선진국에의 문화종속을 의미한다.

올림픽을 통해서 한국의 국력과 미래를 전망해보면, 우선 현재적으로 10위권의 국력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초가 부실한 가운데 응용기술에만 매달린다면 국력이 쇠퇴할 것을 염려하게 한다. 여성의 재능과 여성인력의 사회진출을 강화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래는 여성시대라고 한다. 문화의 모든 부문에서 여성성이 각광을 받게 되고, 남성성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있다. 이러한 여성시대에 한국은 결코 불리할 것이 없다. 한국여성은 한국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이 높다. 이번 리우올림픽을 통해 우리가 교훈을 얻는다면, 여전히 체력은 국력이고, 한국의 미래는 여성에게 달렸다는 점일 것이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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