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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세상을 바꾸는 모바일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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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5 20:35:17 수정 : 2016-09-05 2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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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경제 송두리째 바꾼 엠페사혁명
스마트폰 확산으로 금융빈국서 해방
9월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한 공군기지에서 우주선용 로켓이 폭발했다. 우주수송서비스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이었다. 로켓에 실려 있던 2억 달러 상당의 인공위성도 함께 불탔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의 첫번째 인공위성이었다. 당시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케냐 정보통신부 장관과 오찬을 하는 등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를 돌면서 ‘중대한’ 사업을 논의하고 있었다.

전 세계 저개발 지역까지 무료 인터넷 보급을 목표로 하는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 캠페인이다. 아프리카 등 인터넷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모든 사람에게 세상과 연결하는 소통의 창을 열어주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불타 버리면서 그의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크게 실망하면서도 저커버그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임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케냐는 저커버그 사업의 핵심적인 축이다. 나이로비에는 아이허브(iHUB)라는 기술혁신센터가 있다. 아프리카에 인터넷 연결 및 관련 투자를 연결시켜 준다. 더욱이 케냐는 모바일 금융이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나라다. 엠페사(M-Pesa)라고 불리는 모바일 머니가 실제로 현금보다 더 많이 유통되고 있다. 엠페사는 모바일이라는 영어 단어와 스와힐리어로 돈을 뜻하는 페사가 합쳐진 용어다. 엠페사는 케냐의 이동통신사 사파리콤이 영국의 보다폰과 협력해 2007년 내놓은 모바일 금융서비스다. 은행계좌 없이도 돈을 예금하고, 인출하며 송금할 수 있다. 엠페사를 취급하는 잡화상이나 상점에서 현찰을 넣거나 찾으면 전화번호에 돈이 추가되거나 차감된다. 휴대전화를 열고 상대방의 번호로 금액을 적어보내기만 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2015년 기준 케냐 성인의 68%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제 케냐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이 엠페사를 통해 거래된다. 자금흐름이 빨라지면서 케냐의 경제발전에도 기여했고, 경제 및 사회의 투명성도 높였다. 정부도 엠페사로 세금을 거두면서 징수율도 높아졌다. 빈곤과 가난으로 상징되던 나라가 이제 모바일 금융에서도 세계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엠페사 모델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모바일 금융이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취약한 금융 인프라 때문이다. 전반적인 저개발로 전화선조차 깔리지 않은 곳이 많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은행은커녕 자동금융거래단말기(ATM) 기기를 보기도 어렵다. 12억 아프리카 인구 중 80% 정도가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반면 휴대전화를 가진 성인은 전체 인구의 80%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인터넷을 동반한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스마트폰 소셜미디어에 오른 프로필과 활동내역이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엠페사와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아프리카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생각하는 저커버그의 인공위성도 다시 하루빨리 솟아올라 지구 주변을 순항하길 기원하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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