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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미디어가 만든 허상 ‘청담동 백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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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7 18:27:17 수정 : 2016-09-07 23: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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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으니까요.”

허위정보를 퍼뜨려 헐값의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팔아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7일 구속된 ‘청담동 백만장자’ 이희진(30)씨의 피해자 십수명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충격으로 배 속의 아이를 잃은 신혼부부, 가족 모르게 투자했다가 이혼 위기에 내몰린 가장 등 사연은 각양각색이었으나 그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은 “TV에 전문가로 출연해 믿었다”는 것이었다. 2014년부터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증권방송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씨는 2014년부터 2년 연속 부문별 회원 수 1위인 ‘베스트 파트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종편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력을 과시했다. 청담동 백만장자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것도 이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또 인터넷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강남 청담동에 있는 호화주택과 고가의 외제차 사진을 게재해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원래 집안이 가난해 고깃집에서 불판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노래주점 웨이터로 일했다면서 온갖 고생을 한 ‘흙수저’ 출신이지만 주식투자와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고 강조해 왔다. 30억원을 호가하는 외제차 사진에 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지난해 파워블로그로 선정됐다.

이우중 기자
물론 그의 성공 신화에 대한 의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경찰이 일부 의혹을 들여다보려 했으나 피해자 확보 등이 어려워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확보가 어려웠던 것은 이씨의 통제 때문이었다. 이씨는 자신의 홈페이지 회원 간 연락처 공유를 막았다. 불만을 표출한 회원들은 ‘분위기를 저해한다’며 강제로 탈퇴시켰고 인터넷상에서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씨가 이처럼 대범한 행동을 보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디어로 다져진 허상이 있었다. 검증 없이 ‘청담동 백만장자’를 만들어낸 미디어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공범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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