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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칼럼] 글로벌 통화정책의 새로운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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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1 21:55:42 수정 : 2016-09-11 21: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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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변화
매입 유가증권에 주식도 포함
통화량 증대에 통화약세 유도
한국실정 맞는 새 정책 검토를
‘공개시장조작’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기준금리를 인하해 통화량을 늘리는 경우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보유한 채권을 사들이고 채권대금을 지불하면서 시중에 돈이 풀린다. 반대의 경우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게 채권을 팔고 채권대금을 받으면서 시중에서 돌던 돈을 흡수해 버린다. 이때 중앙은행의 매입대상이 되는 채권은 주로 국채 같은 안전한 채권이다.

이러한 공개시장 조작 기법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양적완화 정책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화끈한(?) 통화정책을 위해 채권 매입 규모를 워낙 키우다 보니 매입대상 채권 범위를 상당 부분 확대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유동화증권도 매입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양적완화 정책 대상으로 회사채까지 포함했고, 이에 더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시행했다. 이러다보니 최근 소비재 기업으로 유명한 독일의 헹켈은 0.05%의 수익률로 5억유로에 해당하는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한 바 있다. 기업이 돈을 빌려오는 데 원금에 웃돈을 받고 채권을 발행하는 황당하고도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중앙은행의 금리가 마이너스이니 우량 회사채 금리도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도래해 이자를 받으면서 돈을 빌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채권은 유럽중앙은행이 사들일 것을 예상하고 발행되는 채권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이 도처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더욱 특이한 것은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유가증권에 주식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실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홍콩 통화당국은 이미 주식을 사들인 적이 있다. 이는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주가지수 선물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나서 홍콩 주식가격을 떨어뜨려 선물에서 이익을 내려고 시도한 데서 비롯됐다. 이들은 홍콩달러를 공격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에 공포와 혼란을 야기해 주가가 떨어지도록 시도한 바 있다. 그러자 홍콩 통화당국은 직접 전체 주식의 10% 수준에 해당하는 물량을 사들여서 주가가 올라가도록 대응했고, 이 바람에 주가지수선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선물매도 포지션을 취한 헤지펀드 세력은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 당시 미국 통화주의 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아무리 그래도 중앙은행이 어떻게 주식을 살 수 있냐”는 식의 노골적인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18여년이 지난 지금 많은 중앙은행이 주식을 통화정책에 이용하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의 경우 1000억달러(약 110조원)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모두 외국 주식만 사들여서 애플이나 코카콜라 같은 주식까지 보유하고 있다. 주식을 사들이면서 스위스프랑이 발행돼 통화량이 늘어나고 이렇게 늘어난 스위스프랑을 달러로 바꿔서 외국 주식을 사들이게 되면서 자국 통화가 약세가 된다. 통화량 증대에 자국 통화 약세를 동시에 유도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있는 셈이다. 일본중앙은행의 경우 주로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통해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보유주식 가치가 약 900억달러(약 100조원) 되는데, 일본중앙은행은 자국 주식만을 보유함으로써 통화정책에 주식시장 부양책을 가미해 실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주식을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사들일 수 있는 채권이 시중에 동이 나면서 검토되고 있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에서 세계적으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이 된다. 이제 우리도 변화하는 환경을 잘 관찰하면서 좀 더 전향적이면서도 우리의 실정에 맞는 창의적 통화정책을 검토하고 시도해야 할 때가 오고 있는 느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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