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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우리 안보 태세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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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3 19:58:03 수정 : 2016-09-13 19: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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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미사일 개발 고속 질주
정부 오판과 국민 안보불감증
기존 사고의 틀부터 깨야
정부가 지혜·용기 발휘할 때
북한 5차 핵실험 여진이 이어진다. 그 충격파는 넓고도 깊다. 국내외에서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뤄 나갈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지속된다. 지금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질서가 얼마나 예측불가능한 상태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안보 태세는 어떤가. 정부는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 정권의 의지와 능력을 오판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질주하리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대북 정보 수집·분석 능력부터 뒤졌다. 핵실험 때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은 외국 방문 중이었고 총리와 통일부 장관은 지방에 내려가 있었다. 주변국들은 사전에 핵실험 징후를 파악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는데, 정부는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 오래전부터 도발 시점으로 지목된 북한 정권수립일(9·9절)에 주무 부처 장관까지 자리를 비운 게 아닌가.

국민의 안보 불감증은 실로 심각하다. 많은 이들이 핵실험에 무관심하다. 북한 핵무기 보유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솝 우화 가운데 ‘양치기 소년’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양 치는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재미 삼아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아 양이 모두 희생된다. 북한이 빈번하게 핵·미사일 도발을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읽고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를 놓친 것 같다. 북한이 이걸 노리고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하는지도 모른다. 북핵 위협을 과소평가해온 정부 잘못이 크다.

박완규 논설위원
5차 핵실험은 또 한 번의 핵실험이 아니다. 기존 핵실험과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말로만 핵 위협을 하던 차원을 훌쩍 넘어 핵무기 전력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이 많아졌다. 북핵 관련 변수가 늘었고 이에 따라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나리오별 외교안보 전략을 보다 세밀하고 정교하게 짜야 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후 제3후보지 선정 추진 등 혼선을 빚은 정부 역량을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

군은 북한 5차 핵실험 직후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 개념을 공개했다. “핵무기 사용 징후가 보이면 평양을 일정한 구역으로 나눠 북한 지휘부가 숨을 만한 해당 구역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개념”이라고 했다. 언뜻 보기엔 그럴싸하나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대량응징보복을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함께 ‘3축 체계’로 삼겠다지만 어느 것도 완성된 게 없다. 미국 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닌가.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망상에 가까운 자체 핵무장론을 공공연히 제기하는 판이다.

임진왜란 때를 돌아보게 된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조정이 전쟁 전에 경상도·전라도에 많은 성을 쌓게 했는데 “바른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쓸데없이 규모만 클 뿐이었다”고 했다. “성은 작더라도 견고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반대로 크게만 지어 놓았던 것이다. 이는 당시 전쟁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라가 품고 있던 모든 힘이 한곳에 집중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조정의 전략 부재를 개탄한다. “전라도 수군 가운데 전라우도 수군은 전라좌도와 우도를 왕래하면서 제주도와 진도를 성원(聲援)하라는 명령이 있었다고 전했다. 가소롭다. 조정의 계책이 이러하다니. 체찰사가 내놓은 대책이 이와 같으니 나라를 구제할 수 있겠는가. 나랏일이 이 모양인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지금 정부의 대응이 당시의 조정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하는 일이 급선무다. 정부는 정서가 아닌 이성을 앞세워 짜임새 있는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안보 정책은 국민의 전폭적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힘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향후 행보를 보면 상황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올바르게 판단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 안전이 걸린 일이다. 기존 사고의 틀부터 깨야 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때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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