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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가족간 갈등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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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18 20:10:32 수정 : 2016-09-18 20: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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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제자매간도 상처 존재
변화 수용하고 칭찬·인정 필요
가족은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하다. 한국 문화의 특징을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가족중심문화’라고 꼽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가훈으로 정한 가정이 많을 만큼 가족이 화목한 것을 큰 행복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일 년에 두 번 온갖 불편함을 무릅쓰고 고향을 찾는 풍습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렇게 아름답게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가족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 오히려 명절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그동안 쌓여 있던 억눌린 감정을 폭발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올 추석에도 처남이 매제를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에 3983건의 가정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가족은 언제 어디서나 만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행복해지는 조직인가. 물론 정답은 ‘아니다’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마음속 가장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상처는 가족, 특히 부모나 형제자매에게서 받은 상처이다. 부모는 우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가장 무기력한 어린 시절 정성껏 돌봐주었기에 부모에 대한 상처가 없고 사랑받았던 아름다운 추억만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오래 남는 상처를 준 것도 역시 우리를 가장 사랑해준 부모라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에게서 가장 받고 싶은 사랑은 인정(認定)이다. 특히 부모로부터 충분히 인정받고 자란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나갈 심리적 힘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가족끼리 나눠야 할 가장 큰 사랑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인정이다. 여러 사람에게서 똑같은 칭찬과 인정의 말을 듣더라도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가족에게서 받는 칭찬과 인정이다.

가족끼리 서로 상처를 주게 되는 이유는 서로 상대방의 변화를 인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상 변하고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계속 변하고 있다. 가족들은 서로 가깝기에 이 변화가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부모들은 자녀가 항상 품에 있을 때의 어린 모습으로 있어 주기를 바라고, 자녀들은 부모가 항상 젊은 모습으로 있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바람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자녀가 결혼을 해 각자의 가족을 이루고 있는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결혼하기 전에는 나의 자녀이지만, 결혼한 후에는 혈연이 아닌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된 다른 사람의 남편이나 부인이라는 것도 인정해 줘야 한다. 형제간의 관계가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문화는 끊임없이 변한다. 우리의 가족중심문화도 전통적인 부모·자녀 중심에서 남편·부인 중심의 문화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지금까지 음지에 있던 여성이 양지로 나온다는 것이고, 가족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과 변화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조직이 와해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갈등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다름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것이 가족 간의 사랑의 참모습이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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