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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북의 핵보유국 지위와 매직 넘버 '6'… 그리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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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1 15:00:00 수정 : 2016-09-21 13: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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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중잣대', 북 핵보유국 지위 인정할까 / 인도·파키스탄 ‘전략적 가치’ 감안 승인… 북한은 가능성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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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면서 매직 넘버로 주목받는 숫자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6차례 핵실험 후 사실상 핵보유국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북한도 다음번에 핵실험을 하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돼 있다. 결론적으로 6은 숫자에 불과하다. 수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입증하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데는 미국 등 강대국의 승인이라는 복잡한 국제정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라이벌, 안보위협 내세워 핵 개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1970년 3월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으로 인정된 미국, 러시아(소련 지위 승계), 영국, 프랑스, 중국(최초 핵실험 순) 5개국의 경우가 있다. 다른 방법은 미국 정부가 핵능력국 중 일부를 선별해 핵보유국 지위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다른 나라들이 묵인하는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표적이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였던 인도는 중국 위협을, 인도의 라이벌인 파키스탄은 인도 위협을 이유로 핵 개발을 추진했다. 인도는 1974년 5월18일 평화적 핵폭발을 명분으로 첫 핵실험을 했다. 이후 24년간 핵실험을 중단한 인도는 1998년 5월11일 3차례, 5월13일 2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1974년의 첫 핵실험은 평화적 핵개발을 내세웠다면 1998년엔 핵무장이라는 군사적 목적을 분명히 했다. 인도에 맞서 핵 개발을 추진한 파키스탄도 인도 핵실험 보름 후인 1998년 5월28일 5차례, 5월30일 한 차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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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중잣대로 제재 유명무실… 9·11 후 해제

1998년 5월 핵실험 후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과정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월6일 양국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규탄 결의를 채택했으나 제재 내용은 없었다. 제재는 안보리 차원이 아닌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됐다. 미국은 6월18일 양국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을 통한 차관 일절 중단, 신규 군사장비 판매 및 기존 판매 장비 인도 중단, 미국 정부의 신규 신용제공 중단,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원조 중단 등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 G8(주요 8개국)도 차관 중단 등의 경제제재를 부과했다.

미국의 격앙된 자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인구대국인 양국에 대한 밀 수출 금지로 미 농업계의 피해가 우려되자 제재 발표 다음달 금수 품목에서 농산물을 슬그머니 제외했다. 또 경제제재로 파키스탄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자 IMF는 1999년 1월 차관 동결을 해제하고 오히려 16억8500만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은 특히 1999년 2월 우발적 핵무기 사용 위험의 감소 조치 등을 골자로 한 라호르선언을 도출한 인도·파키스탄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킴으로써 양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하기 시작한다. 2001년 1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엔 제재 완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다 같은 해 9·11 테러가 발생하자 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대테러전을 위해 9월23일 양국에 대한 제재를 완전 해제했다. 2006년엔 아예 인도와 핵협정을 체결해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했다.

미국이 1953년 4월18일 네바다주 실험장에서 23kt 크기의 핵폭탄을 폭발시킨 ‘오소리’(Badger) 실험 장면. 10kt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5차 핵실험 폭발력의 약 2.3배에 달한다. 오소리 실험 당시 지면에서 약 1.4㎞ 높이까지 화염이 치솟았다.
위키피디아 제공
◆인도·파키스탄과는 상반된 북한 상황


미국의 이 같은 핵정책은 아직도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국제사회에 핵 비확산을 강조하면서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탓이다. 미국은 비공개로 핵무장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장은 자위권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미국에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는 것은 국제질서의 이런 모순을 파고든 측면이 있다.

북한은 미국에게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상황적으로 보면 북한과 인도·파키스탄은 상반된 부분이 적지 않다. 미국이 양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배경에는 △양국의 대미 우호 노선 △남아시아 대국인 양국의 전략적 가치 △미국의 시장으로서의 경제적 가치 △NPT 비가입국 △대테러전 수행 △추가적 핵실험 중단 및 핵 비확산 약속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북한은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략적·경제적 가치가 낮고, NPT 탈퇴국이면서 대미 대립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유성옥 경남발전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20일 “과거 인도·파키스탄은 NPT 밖에서 핵실험을 진행했고 미국 진영에 있었으나, 북한은 반대의 경우이고 북한을 인정하면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이 올 수 있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도·파키스탄의 사례처럼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중단하고 핵무장 동결에 나설 경우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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