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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철의법률이야기] 남의 땅에 모신 조상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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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1 07:00:00 수정 : 2016-09-20 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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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기지권 싸고 대법 22일 공개변론 / 관습법상 물권 유지될지 초미의 관심 대법원은 오는 22일 분묘 철거 관련 상고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이를 대법원 홈페이지와 한국정책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한다. 대법원은 그동안 판례를 통해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해 온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을 그대로 인정·유지할지에 대해 대법관들이 모두 모여 심리를 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어서 법조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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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임야 소유자 A는 2011년 B 등이 자신의 땅에 허락 없이 설치한 분묘 6기의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법원은 6기의 분묘 가운데 5기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A의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1기만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철거 청구가 기각된 분묘 5기 중 1기는 1933년, 나머지 4기는 1987년에서 1990년 사이에 조성됐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분묘 기지(基地) 부분의 토지를 사용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법상의 물권’(物權)을 말한다. 판례는 먼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때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경우(분묘기지권의 시효 취득), 그리고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분묘 이전의 약정 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에 분묘기지권을 인정한다.

분묘기지권이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가도 문제가 되지만, 일단 성립됐다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토지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과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은 언제인가 하는 점도 큰 문제가 된다. 판례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자의 지료 지급 의무에 대해서는 이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존속기간에 대해 대법원은 당사자 간에 별도의 약정이 없으면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고 본다. 분묘가 존속하고 후손들이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토지 소유자의 변경과 상관없이 분묘기지권은 영구무한으로 존속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분묘기지권은 매장을 선호하지만 대다수 서민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현실과 일단 조성된 조상의 안식처를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는 전래의식 등을 감안한 판례였다. 그러나 그동안 장묘문화와 제사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2001년 묘지의 설치기간 등을 규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시행되면서 분묘기지권에 대한 대법원 입장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친 기간 연장으로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감안해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우리나라 장의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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