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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냉·온탕 정책으로 북 핵세습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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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0 22:14:44 수정 : 2016-09-20 22: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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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10년간 5차례 핵실험하는 동안
진보·보수정권 따라 춤춘 대북정책
대선주자 압박 전략 승계 선언하고
지속가능한 정책 협의 틀 만들어야
지난 추석 연휴 내내 주요 뉴스는 경주 지진, 북한의 5차 핵실험 파장이었다. 내년 용꿈을 꾸는 이들, 여의도 정치인들은 대선 풍향계에 촉각을 곤두세웠을지 몰라도 국민의 관심은 미지근했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이 새롭거나 크게 달라보이지 않은 탓이 크다. 그래도 차기 대통령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선 사례를 보면 그렇다. 선거 1년 전 추석 즈음에 후보로 거론되지도 않은 새 인물이 혜성처럼 나타나 당선되는 일은 없었다. 지금 10명 안팎의 후보군에서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상대해야 할 북한 파트너는 정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했다. 국민의 생존, 국가경제는 아랑곳없이 핵무기 만드는 데 혈안 된 지도자가 정상은 아니다. 분명한 건 그는 핵보유국 지위 목표를 향해 내달릴 것이고, 그를 막을 인물이나 세력이 북한에 없다는 것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공산주의자와의 협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의 대남적화 전략, ‘협상 일꾼’들은 바뀐 적이 없는데 우리는 정권에 따라 춤을 춘 결과다.

황정미 논설위원
북한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이후 이듬해 10월 1차 핵실험을 했다. 이후 이명박정부에서 2·3차 핵실험을, 박근혜정부에서 4·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3대 세습체제인 북한이 꾸준히 핵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안 우리의 대북 정책은 온탕, 냉탕을 오갔다.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 수뇌부는 물론 협상 실무자들도 물갈이됐다. 20년 넘게 북한을 연구하고 1, 2차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한 고위 공무원은 이명박정부 출범 후 밀려났고, 다른 북한통은 쫓겨나 음식점을 차렸다. 현정부에서 남북실무접촉 때 북측 대표가 ‘기록용’ 비난 발언을 쏟아낸 걸 협상 경험이 부족한 우리 측이 곧이곧대로 해석해 결렬 직전까지 갔다는 후일담도 있다.

4년 전 본지 취재팀이 통일 기획물을 준비하면서 국내외 전문가 50명을 인터뷰했을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널뛰는 대북정책’이 꼽혔다. 진보, 보수 정권에 따라 대북 정책이 달라져 대내외 협상력이 떨어지고 남남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미사일, 핵실험 도발에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임기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할 정도로 강한 대북 압박 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는 내년 대선 결과에 달렸다. 당장 야권의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개성공단 폐쇄에 반대다. 누가 야권의 대선 후보가 돼도 정권이 교체되면 현정부 정책기조는 달라질 공산이 크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대선은 김정은에게 꽃놀이패가 될 것이다. 여야 입장차가 클수록 웃는 쪽은 김정은이다. 시간은 북한 편일 테니 말이다. 독일 통일은 오랜 기간 우리가 참고해야 할 전범처럼 여겨졌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독일식 통일 방안이 해법이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핵심은 그 방안이 무엇이든 정권교체에 상관없이 일관성을 갖느냐다. 알려진 대로 독일 통일의 밑거름은 사민당 정부의 ‘동방정책’을 기민당 정부가 계승한 데 있다. 그 이면에는 1950년대부터 20여년간 정권과 무관하게 통일정책을 뒷받침한 ‘독일통일문제자문위원회’ 활동이 있었다.

김정은 체제의 핵 도발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한반도 리스크를 몰고 왔다. 야당 대표들이 추석 이후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누그러뜨린 것도 북핵 위협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감지한 때문 아닌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주자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압박 국면을 바꾸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진보, 보수 정권 모두 북핵 시계를 멈추지 못했다. 이제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일방적 대북정책으로는 북핵을 막지도, 국민 신뢰를 얻기도 어렵다. ‘독일통일자문위’와 같은 지속가능한 대북정책 협의 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그간의 정책, 인적자산을 용도 폐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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