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인식은 인류애에 머물 뿐 생명애(生命愛)로 뻗어나가지 못할 때가 많다. 시리아 알레포에선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게 아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사육사 없는 감옥에서 굶주림과 폭격의 공포에 떨고 있다. 사람의 목숨조차 보잘것없는 곳에서 동물은 죽거나 말거나 한 짐승일 뿐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알레포 공습 현장에서 누군가 우리에 갇힌 개코원숭이에게 손을 내밀자 너무나 작고 보드랍고 연약한 손이 구멍에서 쏙 나온다. 작은 짐승을 걱정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시리아를 쑥대밭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야, 원숭이야, 미안하다.
이현미 기자·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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