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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사고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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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2 21:49:47 수정 : 2016-10-02 21: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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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지각 가지면 좋은 결과 가져와
변화 과정은 오롯이 자신만이 할 수 있어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필자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인 것을 알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요즘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편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지에 대해 쉬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혼은 할 수 없다면서 “이런 사람하고 어떻게 더 살아야 하는지 너무 힘들다”고 눈물까지 흘렸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힘들어하는 그녀의 마음에 공감을 표하며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편이 문제인데 왜 내가 상담을 받아요. 상담을 받는다면 남편이 받아야지요”하면서 되물었다. 그 눈빛에는 필자에 대한 의구심과 한편으로는 불쾌한 감정이 완연히 드러나 있었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에게 상담을 권하면 그 첫 번째 반응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하나는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데 왜 자신이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 하나는 ‘상담을 받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반 정도의 물이 담겨 있는 잔을 보여주며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 보면 크게 두 가지 대답이 나온다. 하나는 “반이나 남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반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전자는 긍정적 지각이고, 후자는 부정적 지각이다. 이처럼 같은 자극에 대해 사람마다 다르게 지각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동일한 사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주관적 지각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똑같은 사람을 한 사람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기에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 그 사람과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을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과 좋지 않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상담은 제3자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나 상황을 바꾸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상담은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바꾸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한심하게 보였던 남편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괜찮은 사람으로 느끼게 만드는 작업이다.

물론 이 과정은 상담자나 제3자가 지시하거나 가르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관적 지각을 바꾸는 과정은 오롯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상담자와 함께 부정에서 긍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대상이 다르게 보인다. 부부간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많은 내담자들이 상담의 과정을 거친 후 “배우자가 변한 것 같다”라거나 심지어는 “다른 사람과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배우자가 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크게 변한 것은 바로 자신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한 이 말은 매일 전쟁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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