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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한·일, 여자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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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4 01:02:10 수정 : 2016-10-04 0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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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원 비율 사우디보다도 낮아
성차별 굴레 벗고 사회참여 늘려야
193개국 중 157위. 의회 내 여성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에서 일본의 순위다. 국제의원연맹(IPU)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다. 일본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공동 157위를 차지했다. 일본 중의원 475명 중 여성의원은 45명으로 9.5%에 불과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가장 제한된 것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낮은 순위다. 사우디는 93위를 차지했다. 한국도 좋은 성적표를 받지는 못했다. 현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109위에 그쳤다. 300석 중 17%인 51석이 여성에게 돌아갔다.

‘여성이 빛나는 사회’ 기치를 표방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에게는 충격적인 성적표다. 민주주의를 달성한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다. 아베 정권은 2020년까지 정부와 기업에서 여성의 비율을 최소 3분의 1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권 내 여성 각료 비율은 현재 3.5%에 불과하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국가에서도 여성 총리 등 지도자가 배출됐는데, 일본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물론 고려해야 할 통계상 오류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아프리카의 르완드는 의회 의석의 30%가 법적으로 여성에게 할당돼 있다. 2위와 3위를 각각 차지한 볼리비아와 쿠바도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여성 의석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륙별로는 양성평등 의식이 강하고 복지국가를 이룩한 북유럽 의회가 40% 이상의 여성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눈여겨볼 것은 북유럽의 여성의 역할 확대도 지난 40여년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1970년대 집권한 사회주의 정당이 복지국가를 추진하면서부터다. 그중에서도 양성평등을 사회 발전의 한 부분으로 인식했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은 아니지만 각 정당이 여성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40% 여성할당제를 유지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78년 공적 위원회에서 어느 한쪽의 성이 40% 이하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남녀평등법을 제정했다.

문화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북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바이킹 원정과 무역을 떠난 남성을 대신해 가정과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은 여성의 몫이었다. 남성의 권위가 상위에 있었지만, 부재 시 여성의 주도적 역할도 중요했다. 기후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순록을 키우며 동토를 이동하는 북유럽에서 여성은 남성과 더불어 가사 외에 다양한 일을 수행하는 주체였다.

반면 일본, 한국 등 아시아 농경사회에서는 남성의 노동력이 가장 중요한 생존 수단이었다. 이동이 아닌 정착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가정과 사회에서 리더의 역할도 중요했다. 가족생산이 기반인 농경사회에서 이를 통제하는 역할이 필요했다. 가장인 남성이 강력한 권위와 권한을 가지는 가부장제가 등장했다. 남성 가장의 역할은 가족의 모임인 사회 공동체에서도 이어졌다.

아직도 이런 가치가 우리 사회에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고, 저출산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의 생산 참여가 확대돼야 하고 가족 내 여성의 역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더 기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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