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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강제입원 위헌 숙원 풀어… 내 생애 가장 큰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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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4 21:12:37 수정 : 2016-10-14 21: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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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 “하루에 두 건, 그것도 모두 전원일치 위헌이라니…. 제 변호사 인생에 이런 날도 오나 싶었어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42·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에게 지난달 29일 소송에 대해 묻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변호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루’였기 때문이다. 그가 법률 대리를 맡은 ‘정신병원 강제입원 조항’(정신보건법 제24조 2·3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역시 그가 맡은 옛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구 집시법) 3조도 같은 날 위헌 결정이 났다.

‘강제입원 조항’ 위헌 여부는 최근 정신병원 내 인권유린 실태가 속속 고발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모은 사건이었다. 그는 “재판관 ‘전원 일치’란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라며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를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나라 ‘공익변호사 1호’ 타이틀의 주인공인 그는 연수원 2년차였던 2002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의를 들은 뒤 2004년부터 공익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김영수·소라미·정정훈 변호사와 함께 아름다운재단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2012년 10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으로 독립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이끌어 낸 염형국 변호사는 “법조인들이 기득권 바깥을 보는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공익변호사’는 공익과 인권을 기치로 장애인·이주노동자·성소수자·난민 등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소송대리나 법률자문을 맡아 활동하는 전업변호사를 말한다. 염 변호사는 공익변호사에 대해 “오로지 ‘공익’이란 가치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라며 “직접적 법률 지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와 인식개선 등이 주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년 동안 수많은 공익소송에 참여한 그는 특히 정신병원 ‘강제입원 조항’ 문제 해결에 심혈을 기울였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정신병원 실태조사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이 계기였다.

“(모든 광경이) 충격이었습니다. 도저히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어요. 정신병원 수용실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이 만연했고 인권 유린이 일상화돼 있었습니다.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인권도 보호해주는 세상인데 말이죠. 보호자와 전문의의 진단만으로 한 개인을 구속한다는 것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그동안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정신보건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7차례 이뤄졌지만 모두 ‘각하’(법원에서 부적법을 이유로 배척하는 재판)됐다. 말 그대로 ‘7전8기’ 끝에 내려진 위헌결정인 셈이다. 하지만 염 변호사는 “절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라며 “바뀌는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70∼80명의 공익변호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 염 변호사가 이 길을 선택할 때만 해도 ‘안정적인 길을 두고 왜 사서 고생하냐’는 주위의 만류가 적지 않았다.

그는 “당시는 변호사들이 (지금처럼) 힘든 시절이 아니어서 부모님과 아내가 말렸다”면서도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공익변호사 이외의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법조인들이 MBTI 성격검사를 하면 보통 판단·추리력의 ‘ISTJ’가 주로 나오는데 나는 공감능력에 특화된 ‘ISFP’가 나오더라. 그 때문인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익변호사도 훌륭한 선택지로 자리 잡은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공감 인권법 캠프’에는 매년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로스쿨 학생 수십명이 참여해 ‘어떻게 하면 공익변호사가 되냐’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공익변호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법조인이 기득권 바깥을 바라보는 감수성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pro bono·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문가 활동)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염 변호사는 향후 법조인의 공익활동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더불어 사는 삶을 살자’는 다짐 하나만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혼자만 사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인식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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