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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칼럼] 유럽 금융기관발 위기 가능성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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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6 23:17:51 수정 : 2016-10-16 23: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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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벌금액 140억달러
이탈리아 은행들도 상황 악화
일본도 버블후 ‘잃어버린 20년’
한국 금융기관 건전성 챙겨야
최근 우리 경제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유럽의 금융기관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럽 금융기관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도이체방크의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다.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과 아울러 이 은행이 가진 독특한 비즈니스 전략의 후유증까지 겹쳐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내우외환이라고나 할까. 도이체방크는 과거 뱅커스트러스트은행(BTC)을 인수한 바 있는데 BTC는 위험관리와 파생상품 등 난이도가 높은 첨단 금융분야에 출중한 실력을 보유했던 은행이다. BTC는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파생상품까지 무리하게 판매한 적이 있다. 결국 문제가 크게 터진 것은 생활용품 회사로 유명한 프록터앤드갬블(P&G)과의 스와프(수익교환)였다. 금리 상승 시 BTC가 엄청난 이익을 내는 구조의 금융상품이었는데 이 상품의 판매 이후 실제로 상당한 폭의 기준금리 상승이 이루어지면서 P&G는 상당한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후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BTC는 명성에 금이 가면서 결국 도이체방크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그런데 이러한 문화가 계승된 것인지 도이체방크는 금융위기 직전 모기지 관련 상품의 신용등급을 무리하게 조작해 판매하다가 고객들에게 큰 손실을 끼쳤다. 이에 대해 미국 금융당국은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했고, 도이체방크는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 은행들의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이탈리아 1위 은행인 유니크레딧의 경우 상황이 안 좋은 기업에 계속 자금 지원을 하면서 부실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가는 연초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또한 유럽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파악하는 많은 고객이 현금을 보관하고 금을 매집하는 등 예상치 못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덴마크의 경우 주택시장 버블이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택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했다가 지금은 고점 대비 10% 가까이 더 상승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300%로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버블붕괴와 금융시스템 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후유증이 금융기관의 내부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매우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극심한 규제, 엄청나게 증가하는 화폐,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 등까지 새로이 전개되는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유럽은행의 3분의 1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버블이 터진 후 금융기관이 타격을 입고 부실대출 처리에 매달리게 되자 신규 대출은 급격히 줄고 경제에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서 실물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바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이렇게 시작됐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돈 때문에 생긴 위기를 돈을 풀어 극복하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통화정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은 수익성과 건전성에 있어서 엄청난 위협을 받고 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너무 강력한 처방을 쓰다 보니 새로운 병이 도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경제는 현재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채택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 금융기관 발 금융위기 국면에서 이 위험이 급격히 우리 경제로 전이되며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우리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각별히 주의하면서 금융기관의 건강을 챙기는 정책이 필요하다. 적이 보이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 적이 보이면 늦은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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