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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미 공화당의 위기,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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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0 00:59:13 수정 : 2016-10-20 0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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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로비스캔들로
장기집권 음모 발각
선거 모금 창구 봉쇄
조직력마저 붕괴
미국 공화당이 위기에 몰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공화당 출신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대선 후보로 내보낸 도널드 트럼프의 수준 이하 선거운동을 지켜보다가 한 말이다. 공화당은 의회 다수당일 뿐만 아니라 50개주 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직만 내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의회 지위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해 미국 선거는 대통령 선출은 물론 하원의원 435명과 상원의원 3분의 1(34명)을 동시에 뽑는다. 트럼프는 “사기꾼 힐러리” “언론 조작”을 외치며 부정선거로 몰아가고 있다. 여성성기, 음담패설, 힐러리 총살 등 단어가 선거캠프에서 난무하고 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미국판 막장 리얼리티쇼를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워터게이트 스캔들 이후 가장 지저분하게 국격을 곤두박질시키고 있는 이런 후보가 어떻게 공화당 주자가 됐을까. 


한용걸 논설위원
공화당은 창당한 지 162년이나 됐다. 역사만큼이나 배출 인물이 많다. 에이브러햄 링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등 18명이 대통령직을 거쳐갔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최초로 현직에서 쫓겨난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공화당 출신이다. 이런 곳에 지지정당을 다섯번이나 바꾼 트럼프가 밀고 들어가 후보 자리를 꿰찼다.

공화당이 자멸하는 늪으로 빠져든 이유는 리더십을 갖춘 후보군을 만들어놓지 못한 탓이다. 2004년 공화당 막후인물 잭 아브라모프의 불법 로비활동이 드러난 뒤 4년여 만에 공화당의 장막 뒤 조직이 붕괴됐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토머스 딜레이가 작성한 ‘K스트리트 프로젝트’가 공개되면서 장기 집권 시나리오가 중단됐다. 이 프로젝트는 로펌(로비회사)에 공화당 출신 보좌관을 취직시킨 뒤 이들의 입법 요청을 들어주고 반대급부로 정치자금을 긁어 모으는 것이다. 이 자금은 선거 때 뿌려졌다. 대통령과 의원들이 당선된 뒤 로펌에서 일하던 참모들은 백악관과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돈과 권력 주변을 돌고 돌았다. 프로젝트가 폭로되면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20년간 다져진 정치자금줄이 끊어졌다. 로비회사를 통해 돈을 댔던 회사들은 문을 닫거나 세금 폭탄을 맞았다. 공화당에 생명줄을 대고 있던 시민단체들도 허물어졌다. 공화당 지도부도 같은 운명이 됐다. 하원 운영위원장, 내무부 부장관, 백악관 예산관리부국장과 공화당 보좌관 9명 등이 구속되거나 기소됐다. 하원의장, 상원 세출위소위원장 등이 뇌물을 토해내고 이듬해 선거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했다. 강력한 로비법이 제정됐고, 국민들은 워싱턴 정치에 환멸을 느꼈다. 이때 Change 구호를 들고 개혁바람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가 새 시대를 연 것이다.

미국 선거는 돈과의 전쟁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가 8년 전 후보경선 때 진 빚을 오바마 측이 대신 갚아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정도이다. 당락은 선거자금 모금 능력에 달렸다. 자금줄이 끊긴 공화당 후보들은 움츠러들었다. 선거 패배 때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파산했다. 이런 상황이니 공화당 내에서도 웬만한 재력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 그런 틈을 비집고 부동산재벌 트럼프가 나선 것이다.

공화당이 내부에서 양성한 정치인을 후보로 선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직력의 붕괴를 의미한다. 전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 리더십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는 조짐이다. 저질체력 후보를 링에 올린 공화당을 관찰한 기업체와 로비회사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우리 정치권도 미 공화당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권력에 기대 재벌기업 팔을 비틀어 갹출한 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졌다. 대의도, 수단도 떳떳하지 못했다. 보수 권력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조직은 와해 직전이다. 그런데도 정치는 저만 살겠다고 악악대고 있다. 참회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정치이다. 내공을 쌓고 국제적 인프라를 갖춘 인물을 양성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도 벼락출세자가 등장해 나라를 곤두박질치게 할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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